자이툰 철수 ‘개선문 작전’ 현장에 가다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귀국 설레지만 아쉬움도 남아”

현지 넘겨줄 물자 꼼꼼히 점검

다이만부대가 쿠웨이트로 장병들 수송

미사일공격 대비 ‘전술비행’ 곡예 방불

4년 3개월 동안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에서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해 온 자이툰부대 장병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쿠웨이트의 알리알살렘기지에 도착한 뒤 다시 아르빌까지 총연장 9700여 km의 여정이었다.

마침내 10일 오전 10시 반(현지 시간)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 6000m 상공.

“도착 20분 전입니다.”

C-130 수송기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풍경에 지쳐갈 때쯤 긴 여정의 끝을 알리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조종간을 잡은 김영태(공사 36기) 중령을 비롯한 공군 다이만부대(수송부대) 조종사들은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뒤 착륙을 위한 전술비행에 돌입했다.

5500m, 4500m, 3000m….

기체가 시속 450km로 급강하하면서 고도계가 뚝뚝 떨어지자 안전띠를 했지만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느낌이었다.

현지 적대세력의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려면 덩치 크고 느린 수송기가 최단시간 내 최단거리로 착륙하는 전술비행이 필수 절차다. 기자에겐 자이툰부대 장병들을 만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자이툰부대 장병들을 만난다는 기대와 설렘도 있었지만 내심 “미사일 공격을 받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 오금이 저렸다.

다행히 기자를 태운 수송기는 아르빌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부대 관계자들이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다”며 환한 표정으로 달려와 기자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모두 검게 그을린 건강한 모습이었다.

공항 한쪽에선 내년 초 미군이 주둔할 것에 대비해 현대식 청사 건립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무장병력의 호위를 받으며 버스로 10여 분을 달려 자이툰부대 정문에 이르자 검문소의 경계병들이 힘찬 경례로 일행을 맞이했다.

귀국을 10여 일 앞둔 장병들은 개인물품과 부대 장비목록을 점검하고 쿠르드 자치정부(KRG)에 공여할 물자를 점검하는 등 막바지 철수 준비로 분주했다.

컨테이너 막사에서 개인 짐을 꾸리던 부대 헌병대 소속 방선길(22) 상병은 “며칠 뒤면 가족을 만난다는 설렘과 함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주둔지에서 520여 명의 병력 중 1차 30여 명의 철수 신고식을 볼 수 있었다. 자이툰부대의 철군작전인 ‘개선문작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다이만부대의 수송기로 쿠웨이트의 알리알살렘 기지로 이동한 뒤 단계적으로 철수할 다른 장병들과 함께 20일경 전세기편으로 귀국길에 오를 계획이다.

박선우(육사 35기·육군 소장) 자이툰부대장은 “마지막 한 명의 장병까지 고국 땅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 완벽한 철수작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아르빌=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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