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출신으로 외국인 한국역사 연구자 가운데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마르티나 도이힐러(Martina Deuchler·73·여·서강대 사학과 초빙교수)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 연구소(SOAS) 명예교수가 10일 제1회 ‘한국국제교류재단상’을 수상했다.
한국역사 연구와 교육에 대한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결정된 그는 이날 밤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국의 발전이 숨이 멎을 만큼 놀랍다”며 인상적인 수상소감을 발표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먼저 지난 1967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를 회상하며 “당시 한국은 지금과 전혀 다른 나라였다”며 “그러나 70~80년대 서울을 방문할 때면 올 때 마다 새로운 지도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실 저는 향수에 젖어 한국인들에게는 힘겨웠던 그 시절을 지금도 자주 떠올리곤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인들이 일궈낸 발전의 속도와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독일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동아시아에서 한국을 독특하게 규정짓는 전통적인 문화, 사회, 건축학적 특징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학자로서 이런 빠른 발전이 유감스럽지만, 힘이 넘치고 혁신적인 한국의 모습에 무한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구 학계에서 한국학을 처음으로 시작하기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지난 몇 십년간 한국학 연구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10~2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어딘지도 몰랐던 나라에서도 지금 한국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도이힐러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은 먼 길을 걸어왔고, 한국학 연구도 마찬가지”라며 “교육자로서 저의 연구와 활동을 신뢰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로 소감을 마쳤다.
도이힐러 교수는 1935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하버드대학 동아시아 언어문명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옥스퍼드 대학 인류학과 특별연구원을 역임했다. 올해부터 서강대 사학과 초빙교수로 재임 중이다.
그는 1967년 한국을 처음 찾은 뒤 73년 다시 방문했다. 1975년 취리히대 한국학 교수로 임명된 뒤 1988년 한국학 연구센터가 세워진 런던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국을 자주 찾아 한국사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해왔다.
유럽에서 교수로 살면서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해 사료를 연구했던 그는 1992년 대표적인 연구 저작 ‘한국의 유교적 변환 : 사회와 이데올로기 연구(The Confucian Transformation of Korea : A Study of Society and Ideology)’를 발표해 각종 학술상을 휩쓸었다. 이 책은 그에게 1993년 ‘위암 장지연상(한국학부문)’을 안기기도 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