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표류속 아소 후임자 없어… “53년만에 해체할때” 자탄
‘표류’ ‘막다른 골목’ ‘궤도 이탈’….
최근 일본 언론에는 이런 문구들이 춤을 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이 지지율 21% 안팎으로 추락함에 따라 곤혹스러운 자민당을 빗댄 말들이다.
1955년 이래 이어져 온 자민당 주도의 일본 정치시스템이 더는 지탱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소장파 모임 48명으로 늘어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전 간사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등 60여 명은 9일 ‘우정 민영화를 견지하고 추진하는 모임’을 발족했다. 이 자리에는 정계은퇴를 예고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까지 발기인으로 참여해 자민당 분위기를 성토했다.
소장파 의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1월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전 행정개혁담당 장관,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전 관방장관 등 24명은 ‘신속한 정책실현을 요구하는 의원모임’을 만들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멤버가 두 배인 48명으로 불었다. 정계 개편이나 신당 결성은 물론 ‘(민주당의) 내각불신임안 제출에 동참하자’ 등 발언 수위도 갈수록 높아졌다. 이 모임의 선봉 격인 와타나베 전 장관은 이날 “자민 민주 양당을 해체해 이념과 정책이 맞는 정치세력을 결집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계 개편을 주장했다.
이 밖에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 등도 ‘리버럴’과 ‘아시아 중시’를 내세운 신당 설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자민당 집행부는 이런 움직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제1당이 다른 지금의 국회 상황에서 일부 의원이 이탈하면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헌법은 ‘중의원 재가결은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중의원 전원 투표의 경우 전체 478명(의장과 결원 1명 제외) 가운데 319표가 필요하다. 자민당 의원 17명만 야당 쪽에 붙어 버리면 여당의 의지로는 어떠한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다.
○ “총리 바꿀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아예 자민당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쏟아진다. 자민당의 중진인 가토 전 간사장은 최근 지방강연에서 “자민당은 반공과 경제성장이라는 창당 당시의 역사적 사명을 끝냈다”며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는 현 의석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냉전 승리와 고도 경제성장을 내걸고 이어져 온 자민당 시스템은 이를 달성한 뒤 목표를 잃어버렸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자민당의 몰락은 정해진 것이었으나 고이즈미 전 총리로 인해 생명을 몇 년 연장했을 뿐”이라는 분석마저 나왔다.
20% 초반을 헤매는 지지율로는 총선거를 실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총리를 바꾸려 해도 적당한 후임자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현지 언론은 “자민당에는 이미 총리를 바꿀 파워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한 간부는 “아소 총리는 도쿠가와(德川) 막부 최후의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德川慶喜)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