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질성장률 0%”… 日 ‘減의 겨울’로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6분


경기침체 언제까지…15일 일본 도쿄의 상업지구에서 한 남성이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감싸고 있다. 일본은행이 이날 발표한 올해 4분기 제조업 업황 전망을 나타내는 단칸지수는 ―24로 3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16일 발표된 일본 정부의 내년 국내총생산 실질성장률 전망치도 0%로 나타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경기침체 언제까지…
15일 일본 도쿄의 상업지구에서 한 남성이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감싸고 있다. 일본은행이 이날 발표한 올해 4분기 제조업 업황 전망을 나타내는 단칸지수는 ―24로 3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16일 발표된 일본 정부의 내년 국내총생산 실질성장률 전망치도 0%로 나타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올 연말 보너스 평균 7.5% 삭감 예상… 중기 근로자 타격

도시바, 메모리 30% 감산… 기업 투자 보류로 제조업 위축

일본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내년도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 발표한 것보다 1.6%포인트 낮춘 0%로 조정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그러나 상당수 민간연구소는 실질성장률이 내년에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경제는 감봉, 감산, 감원 등 ‘감(減)의 겨울’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썰렁해진 지갑=도요타자동차가 최근 임원진 상여금을 전액 지불하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본의 일반 직장인도 올 연말 보너스가 삭감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도통신은 16일 가격정보 사이트 ‘가카쿠컴’(kakaku.com) 설문조사를 인용해 연말 상여금 예상액 하락률이 7.5%에 이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엔고로 인한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기업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상여금 삭감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15년 전부터 상여금 현황을 조사해 온 노무라증권경제연구소는 보너스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라며 내년 여름에 최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아에라 최신호가 보도했다. 신일본제철, 캐논, TDK 등 대기업 가운데 상여금 하락률이 두 자릿수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전자부품업체인 무라타제작소의 오시마 유키오(大島幸男) 홍보부장은 “올해 9월 결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2%나 감소하면서 회사 실적에 연동하는 상여금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생활비 부족 등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이번 조사에서 상여금을 상품구입 등 소비에 쓰겠다는 응답자가 지난해보다 60%나 줄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올해 7∼9월 일본 가정의 금융자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감소하면서 1979년 이래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줄 잇는 생산라인 스톱=일본 제조업계는 경기침체로 시장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조업을 중단하거나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도시바는 16일 주력 생산라인인 요카이치(四日市) 공장의 낸드 플래시메모리 생산량을 내년 1월부터 30%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도시바는 또 연말연시 이 공장의 생산라인별로 4∼13일간 조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트럭 및 버스 전문 생산업체인 이스즈자동차도 이날 국내외 신규 설비투자를 전면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업체 측은 자동차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도요타자동차와 공동으로 추진해 온 디젤엔진 공동 개발 및 생산 계획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자동차도 미국 미시시피 주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공장의 가동을 2010년 이후로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일본 제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15일 발표한 올해 4분기 대기업 제조업 분야 단칸(短觀·기업 단기 경제관측 조사)지수도 ―24로 급격히 떨어지며 이 같은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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