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진보성향 언론 “외국업체 인센티브 줄여야”
'기아 파크웨이(KIA Parkway).'
미국 남부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에 지난주 개통된 새 도로 이름이다. 이 왕복 4차로는 내년에 가동될 총면적 8.9㎢ 크기의 기아자동차 공장을 감싸는 노선이다.
이 공장이 낸 2900명 채용공고에는 무려 4만3000명이 지원했다. 동네 피자헛은 한국식당으로 바뀌었고, 주지사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은 기아차를 타고 다닌다.
앨라배마 주 현대차 공장에 이어 두 번째 미국 내 한국차 공장이 될 이 공장이 지역사회에 몰고 온 '기아 붐'이 요즘 미 언론의 조명을 자주 받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 자동차 3사에 대한 구제법안에 대해 비판적인 보수성향 언론과 정치인, 평론가들이 빅3와 대조적인 남부의 외국계 자동차 공장을 조명하면서 최신 사례로 기아차 현장을 소개하고 있는 것.
보수파 주간지인 위클리스탠더드는 최신호에서 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소개하면서 "빅3만이 미국 자동차 산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도성향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도 "남부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위해선 회사가 이윤을 내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는 지역 하원의원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빅3 구제안을 둘러싼 논쟁이 지역 간, 이념 간 대결로 비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적으론 빅3 공장이 몰려 있는 북부 미시간 주 일대와 한국 일본 독일차 공장이 몰려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조지아~앨라배마~미시시피~텍사스의 남부 벨트가 대립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우리는 공장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무급휴가를 하는데 빅3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테네시 주 닛산차 근로자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신(新)남북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념적 입장에 따른 태도 차이도 두드러진다.
전미자동차노조(UAW)에 대해 별러온 평론가들과 공화당 정치인들은 "남부 외국차 공장은 UAW 같은 강경 노조가 없으며 '일자리가 먼저'라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UAW의 버릇을 고치려는 기세다.
연금, 의료비 부담분을 포함한 1인당 총 노동비용이 GM은 시간당 69달러인데 도요타는 48달러라는 등의 통계도 제시되고 있다.
지난주 상원에서 구제법안이 부결될 때도 남부 출신,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표가 두드러졌다. 퓨 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빅3에 지원에 대한 지지율이 민주당원은 45%였지만 공화당원은 31%에 불과했다.
이런 공세에 맞서 UAW와 진보성향 언론은 남부의 주 정부들이 외국계 회사에 제공해온 각종 세금혜택, 토지 할인 등 '인센티브'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친(親)노조 성향 경제연구소들은 "빅3 구제안은 돈을 빌려주는 거지만 외국 회사들은 지금까지 총 36억 달러가 넘는 인센티브를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주장에 맞서 테네시 주 필 브레드슨 주지사는 "외국산이냐 국내산이냐의 차이는 완전히 사라졌다. 외국 브랜드라해도 미국에서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부품 조차 그 나라에서 가져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앨라매바 주 관리들도 "4개 자동차 회사에 총 12억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는데 그동안 이들 회사에 취직한 시민들이 받은 총 임금은 200억 달러"라며 "이 정도면 훌륭한 투자"라고 반박했다.
물론 빅3의 파산은 워낙 충격적인 시나리오여서 결국은 보수층도 구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도요타를 비롯한 외국차 업체도 빅3 파산 시 경제 전체에 미칠 엄청난 파장 때문에 빅3의 회생을 바라는 분위기다. 다만 이념적 입장에 따라 지원의 긴급성, 조건의 관대함에 대해 명확한 스펙트럼이 형성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