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무대 뒤에서 은밀하게 활동해야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예술품 절도전담 특수요원 ‘밥(Bob)’은 얼굴 없는 수사관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20여 년 동안 수많은 미술품을 절도범으로부터 보호한 ‘수호천사’의 활약상을 최근 소개했다.
2000년 12월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1630년작 ‘자화상’(당시 감정가 4200만 달러) 한 점이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박물관에서 도난당했다. 대낮에 시선을 분산시키려 미술관 입구 차량에 불을 지르고 미술관에 들이닥친 3인조 복면강도는 벽에 걸려 있던 작품을 떼어내 유유히 사라졌다. 미궁 속에 빠질 뻔한 이 사건은 5년 후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호텔에서 작품을 되찾으면서 해결됐다. 당시 덴마크 경찰은 “FBI와 수사 공조해 회수했다”고 짤막하게 언급했지만 숨은 공신은 바로 밥이었다.
밥은 마피아와 연계된 ‘검은 손’으로 위장하고 큰손에게서 제값을 받아주겠다며 절도범과 접촉했다. 절도범이 훔친 작품을 비싸게 팔아볼 심산으로 밥의 호텔 방을 은밀히 찾아 결국 덜미가 잡힌 것.
고야, 브뤼헐의 작품 등 적지 않은 미술 도난품을 되찾는 데 밥은 숨은 공신이었다. 빼어난 말솜씨와 배포를 바탕으로 절도범, 미술품 유통업자와 허물없이 지내는 등 그의 속임수에 절도범들은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밥은 최근 FBI에서 퇴직했다. 하지만 예술품 경호 컨설턴트로 절도범을 쫓는 일을 계속할 계획이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