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미국에서 첫 흑인대통령 당선에 영향을 받아 소수인종을 위한 ‘적극적 차별(discrimination positive)’ 정책을 크게 확대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7일 이공계 최고 그랑제콜(엘리트 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한 연설을 통해 2010년까지 고등학교 그랑제콜 준비반 정원의 30%를 흑인과 아랍계 등에 우선 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평균 20% 정도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학생들에게 배정되며 일부 학교는 그 비율이 5%에 그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의 100대 기업에 소수인종 출신 젊은이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신입사원 채용 때 요구하는 이력서에 사진을 없애고 이름을 익명으로 해 소수인종인지 알 수 없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방송계에서도 소수인종을 일정한 비율로 채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협약이 개별 방송사와 방송감독기구인 최고시청각위원회(CSA) 사이에 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2005년 발생한 파리 교외 아프리카계 청소년들의 폭동으로 대내외적으로 평등 사회라는 자부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
헝가리 이민자 가정 출신인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내각을 구성하면서 처음으로 북아프리카 출신 여성 3명을 각료에 임명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다.
프랑스의 적극적 차별은 미국의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과 비슷한 것이지만 프랑스인은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인종에 따른 차별’에는 거부감이 크고 단지 ‘경제력에 따른 차별’만을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