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밝혀진 살인사건의 진실

  • 입력 2008년 12월 19일 10시 52분


세계 각 국의 어린이 유괴사건 수사에 큰 영향을 끼친 미국의 '애덤 월시 사건'의 범인이 사건 발생 27년 4개월 만에 밝혀졌다. 이 범인은 이미 12년 전 다른 살인사건으로 복역 중 숨지고 난 뒤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주 경찰은 16일 1981년 7월 발생한 '애덤 월시 사건'의 범인이 1996년 사망한 살인범 오티스 툴이라고 밝히고 사건을 종결했다.

애덤 월시의 아버지이자 폭스 TV의 범죄인 수배 프로그램 '미국의 현상범(The America's Most Wanted )' 진행자인 존 월시(52)는 이날 프로그램 사이트에서 "(이미 숨져버린) 범인은 내 아들의 생명과 우리 삶을 파괴한 죄로 감옥에서 단 하루도 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살인자가 누구인지 밝혀지고, 우리 인생의 한 장(章·chapter)이 비로소 끝난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애덤 월시 사건'이 일어난 것은 1981년 7월 27일. 미국 플로리다 주의 한 쇼핑몰에서 당시 여섯 살 난 애덤은 엄마가 한 가게에 들어간 사이 근처 비디오 게임방에서 놀겠다고 말한 뒤 5분이 지나서 실종됐다. 2주 뒤 애덤의 시신은 집에서 190㎞ 떨어진 운하에서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살인범 툴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았으나 여러 차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애덤이 실종된 지 일주일 뒤 경찰은 툴의 자동차를 잃어버렸다. 그 차의 카펫에 혈흔이 있다는 걸 알고서도 차량을 증거물로 확보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DNA 테스트를 하지 못했다.

툴은 2년 뒤 다른 살인 사건으로 잡혔다. 그는 애덤을 살해했다고 두 번 말했다가 번복했다. 또한 수백 건의 살인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툴이 거짓말을 한다고 보고 치밀한 추궁을 하지 않았다. 툴은 1996년 감옥에서 사망하기 직전 조카딸에게 자신이 애덤을 살해했다고 털어놓았다.

애덤의 아버지 존은 플로리다 고급 호텔의 임원이었으나 아들의 사망과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 태도를 보고 TV 범죄인 수배 프로그램 진행자와 사회운동가가 됐다. 그는 미아 찾기와 범죄인 체포 운동을 적극 전개했으며 이와 관련한 입법을 끊임없이 촉구했다.

그가 주도한 운동에 힘입어 82년 의회에서는 실종된 어린이에 대한 정보를 연방수사국(FBI)의 국가범죄 컴퓨터에 기록하고, 실종 신고가 이뤄지면 과거처럼 72시간 동안 기다리지 않고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미아법이 제정됐다. 의회는 84년 '미아와 학대받는 아동을 위한 전국 센터(NCMEC)'도 만들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6년 성범죄 전과자를 추적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애덤 월시 어린이 보호 및 안전법'이라고 명명했다. 툴이 어린이에 대한 성도착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존의 운동으로 '코드 애덤'이란 말도 생겼다. 이는 대형 상가 등에서 미아 신고가 접수되면 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출입구가 봉쇄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에도 도입됐다.

존은 "범인을 모르고 산다는 건 고문이었다"며 "이제 끔찍한 여행은 끝났지만 내가 해 오던 운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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