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오바마에 ‘파산 시한폭탄’ 떠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2월 22일 02시 59분


정부 지원으로 美 자동차업계 3개월 생명연장
노조, 임금삭감등 수용 미지수


미국 정부의 174억 달러 긴급대출 지원 결정으로 미 자동차 업계가 파산 위기를 모면했다.

자동차 업계는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며 회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3개월이라는 시간을 번 것일 뿐 파산 공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미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대한 대출 지원에 조건을 달았다. 12일 상원에서 부결된 자동차 구제법안에 담겼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우선 GM과 크라이슬러는 상위 25명의 고위급 경영진에게는 보너스나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다. 회사 소유 전용 비행기도 처분해야 하고 정부 대출 상환하기 전까지는 배당금 지급도 하지 못한다.

채권 금융회사의 대출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통해 현재 안고 있는 부채의 3분의 2 이상을 줄여야 한다.

두 회사는 또 내년 3월 말까지 노사 채권단 주주 납품업체 등과의 협상을 통해 장기 생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내년 12월 말까지 근로자 임금과 복지 혜택을 대폭 줄여 생산비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평균 수준으로 대폭 낮춰야 한다.

자동차노조 퇴직연금의 절반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원해야 하며, 실직자에게 실업수당 형태로 48주간 임금을 지급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빚었던 ‘잡 뱅크’를 폐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 2월 17일까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노동조건 개정에 관한 계약서를 체결해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자동차 구제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됐던 결정적인 이유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내년부터 근로자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조가 현 임금계약이 종결되는 2011년 이후에나 이를 수용하겠다며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노조가 이번에 미국 정부가 내세운 조건들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UAW는 정부 지원 결정 직후 “상원에서 부결된 구제법안에도 없었던 조건들이 추가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UAW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가 요구한 조건은 입법 사항이 아니므로 강제조항이 아니다. 다음 달 들어서는 차기 정부가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

또 GM과 크라이슬러가 제출하는 구조조정 방안이 대출 조건에 부합되는 장기 회생 방안인지도 버락 오바마 정부가 결정한다.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오바마 정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자동차 업계 지원을 결정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차기 오바마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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