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해빙무드 쌍끌이 포석
馬총통 제안 ‘경제합작’ 적극 수용… FTA형 무역자유화 추진
중국이 21일 대륙에 진출한 대만 기업 등에 대한 지원책을 밝힌 것은 대만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적극 돕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대만 기업에 1300억 위안(약 24조5000억 원)의 거액을 대출해 주고 심지어 대만 전자업체의 평면디스플레이를 20억 달러어치 구매하겠다는 구체적 지원 방안 등이 들어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번 대만 기업에 대한 지원은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는 중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많아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상은행과 중국은행, 그리고 중국개발은행이 대출하는 1300억 위안은 주로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또 중국 중소기업에 적용하던 세제 및 은행 대출상 우대조치 확대 적용도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만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실제로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광둥(廣東) 성 등에 진출한 대만과 홍콩의 많은 중소기업이 줄도산하며 실업자를 양산했다.
그동안 대만 홍콩 한국 등의 많은 중국 진출 중소기업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들 기업이 흔들리면서 중국의 제조업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홍콩 대만 기업들이 견실하게 버텨주지 못하면 중국 경제에도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음을 중국 정부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만을 확실히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자국의 경제 안정도 도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올해 5월 마잉주(馬英九) 총통 취임 이후 계속돼 온 양안 간 교류 협력 강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치적 보답’ 의미도 있다.
한편 중국과 대만은 앞으로 마잉주 총통이 제안한 ‘종합경제합작협의(CECA)’라는 ‘제3의 길’을 통해 경제협력의 틀을 세울 것이라고 대만 롄허(聯合)보가 21일 보도했다.
CECA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중국-홍콩 간 경제협력관계(CEPA)처럼 양측 간 무역장벽을 최소화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FTA로 하면 주권 국가 간 협정이 되어 중국에서 싫어하고 CEPA로 하면 대만이 마치 홍콩처럼 중국의 ‘특별구’로 왜소해져 대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워 고안해 낸 것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