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사이에서도 ‘중국의 기적’이라는 말이 서슴없이 오르내린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개혁개방 30주년 기념사에서 이 같은 업적을 거론하며 “이 모든 성과는 (우리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선포했다.
이어 후 주석은 “부단한 정치체제 개혁 없이는 지속적인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인류 정치문명의 유익한 성과를 참고하겠지만 절대로 서방 정치제도를 그대로 모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우리는 반드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정치발전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공산당의 영구 집권과 인민대표대회, 정치협상회의 등 중국식 정치제도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치개혁에 관한 중국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후 주석만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올해 4월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에 발표한 문장을 통해 “중국은 절대로 삼권분립이나 다당제 등 서방 정치제도의 틀을 본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학자 가운데는 최근 중국의 발전 양식을 ‘중국 모델’ 또는 ‘베이징(北京) 컨센서스’라고 부르며 하나의 모델로 전파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의 개혁개방이 ‘중국 특색’이어서 성공한 것인가? 그렇다면 수천만 명을 굶겨 죽인 ‘문화대혁명’이 중국 특색의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끝난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반대로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와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개혁개방은 자유와 민주, 인권과 법치 등 인류 보편의 가치와 결합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시장경제의 채택으로 국가가 속박했던 개인의 경제자유를 보장했기 때문에 초고속 발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중국 학계에서도 지도부의 ‘중국 특색’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학자가 적지 않다. 상당수 학자는 중국이 자유와 평등 인권 민주 등 세계 보편의 가치와 함께 갈 때만이 개혁개방, 나아가 중국의 최종 목표인 현대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최근에 불거진 자원 고갈, 환경오염, 빈부 격차, 부패 만연, 사회 분열도 인류 보편의 가치와 함께한 개혁개방 때문이 아니라 경제체제와 상응하는 정치체제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 주석은 개혁개방 30주년 기념사에서 ‘중단 없는 개혁개방’과 ‘중국 특색의 정치체제 개혁’을 외쳤지만 이 ‘특색의 정치체제’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하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의 학자들 사이에 중국이 과연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정치가치는 무엇인지를 활발하게 토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의 현대화 과정에서 ‘중국 특색’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국의 특색만을 강조하다 보면 도가 지나치기 쉽다. 한국적 민주주의의 종말을 보지 않았는가.
하종대 베이징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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