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다양한 평가로 ‘수준 끌어올리기’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일본

‘유토리 교육’이후 학생 학력저하 뚜렷

작년 일제시험 부활…국립 100% 참여

미국

학교 - 지역 - 州별 평가결과 비교 가능

부동산 중개업소도 비치… 집살때 참고

영국

고교졸업시험 학교 순위 신문에 공개

하위권 일부 공립학교 정부 폐교 조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를 통해 교육시스템을 개선하고 학력은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때 ‘느슨한’ 교육을 실시했다가 국가의 학력이 떨어지는 실패를 경험한 뒤 학력 올리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외국에서는 학생에 대한 평가를 당연시하고 한국이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비결을 부러워하는데 왜 외국이 실패한 전철을 밟으려고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최대 교원노조인 ‘일교조(日敎組)’는 1962년 수많은 ‘범법 교사’를 양산해 내면서도 ‘전국 일제 학력시험’을 반대한 끝에 1966년 이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자율을 강조하는 ‘유토리(여유·餘裕) 교육’으로 학력이 떨어지자 일본 정부는 결국 2007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의 전국 일제 학력시험을 부활시켰다.

지난해에는 국립학교 전체가 시험에 참여했고 공립은 아이치 현 이누야마 교육위원회만 불참하고 모두 참여했다. 사립학교는 60%가 참여했다.

학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일본은 지난해 만 13세(중2) 대상의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에서 1995년(3위) 이후 처음으로 과학 분야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평가 결과는 도도부현(都道府縣·우리나라의 광역단체)의 성적만 비교 가능하며 시정촌(市町村·우리나라의 기초단체)이나 학교별로는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학부모들이 집단으로 정보 공개 소송을 낸 상황이다.

미국은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낙제학생방지법(NCLB)’이 긍정적인 교육개혁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별로 공립학교 3학년부터 8학년(중2) 학생들의 읽기 쓰기 수학 과학 실력을 매년 평가해 결과를 공개한다. 주정부가 제시한 향상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해당 학교에 학급 감축, 학생의 전학 유도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주별로 별도의 학력평가나 전국 단위의 사설 시험을 치러 그 결과를 공개하고 우수 교사에게는 보너스를 더 주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주는 공립학교 2∼11학년 대상의 ‘표준학력고사(STAR Program)’를, 플로리다 주는 3∼11학년 대상의 ‘종합평가시험(FCAT)’을 실시한다.

주정부 교육부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 학교 이름만 입력하면 과거 수년간의 학업 통계를 금방 알 수 있다. 부모의 직업별, 소득수준별, 인종별 성취도까지 자세히 분석해 교육정책 수립에 반영한다.

평가 결과는 학교, 지역, 주 전체 비교가 가능하며 지역신문에 자세히 실린다. 부동산중개업소에도 비치해 집을 구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 1923년 한 사설 학습출판업체가 개발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평가인 ‘스탠퍼드 9’에도 많은 학생이 응시한다.

영국은 고교졸업자격시험(GCSE)을 11학년(고교 2학년) 학생들이 모두 치르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지역신문에는 GCSE 성적으로 학교 순위를 부여한 내용이 주요 기사로 실린다.

또 GCSE 성적이 저조한 일부 공립학교는 정부가 나서 폐교시키고 외부 스폰서를 끌어들여 학교를 운영하도록 하는 ‘아카데미(Academy)’라는 학교를 만들었다.

정부는 스폰서와의 계약을 통해 일정 정도 이상의 GCSE 성적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런던 외곽의 그레이그 시티 아카데미는 개교 직후인 2003년 GCSE에서 다섯 과목 이상 A∼C학점(C학점 이상 받아야 통과)을 받은 학생 비율이 34%였다. 그러나 지속적인 평가와 결과 공개를 통해 2005년 54% △2006년 59% △2007년 65%로 두 배로 늘었다.

이와 함께 중요 연령대(Key Stage)인 7세, 11세, 14세에서 국어 수학 과학 등 핵심 교과에 대한 평가도 실시해 일정 수준에 도달한 학생 비율을 ‘리그 테이블(League Table)’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다.

유럽식 선진교육으로 평가받는 스웨덴에서도 고교 졸업시험 성적이 모두 공개되며 인터넷을 통해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전통의 유명 공립학교들이 학력을 강조하는 신생 사립학교들에 밀리자 교사 평가를 강화하고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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