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의 적자 도요타 “창업家 친정체제로”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2월 24일 03시 05분



사상최대 실적 1년만에 엔高속 1500억엔 적자

“내년 4월 증손 아키오 사장 체제로 위기탈출”


최우량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글로벌 경기침체를 비켜가지 못했다.

도요타자동차는 22일 2008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1500억 엔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공식 발표했다. 도요타가 영업적자를 내기는 창업 다음해인 1938년 이후 70년 만에 처음이다.

경영위기를 맞은 도요타자동차는 창업주 가문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부사장을 내년 4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임명해 경영 분위기를 일신할 방침이라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현 사장은 부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의 창업 가문에서 사장을 맡게 된 것은 1995년 8월 물러난 도요다 다쓰로 전 사장 이후 14년 만이다. 아키오 차기 사장은 도요다 사키치 창업주의 증손이자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95년 6월부터 부사장을 맡아 상품기획 및 조달, 국내외 영업총괄 업무 등을 두루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2조2703억 엔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으나 1년 만에 적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해 실적과 대비하면 판매 부진으로 1조8000억 엔의 손실을 입은 데다 엔고로 인한 환율 영향으로만 8900억 엔의 손해를 입었다. 매출액은 작년보다 약 5조 엔 적은 21조5000억 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경기 악화로 도요타의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140만 대 줄어든 754만 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와타나베 사장은 “유감스럽지만 나 자신도 어디가 저점인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판매량이 700만 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자동차는 내년도 설비투자액을 작년보다 4000억 엔 줄인 1조 엔 이하로 낮추는 한편 일부 공장라인을 멈추고 야간 조업을 중단하는 등 감산태세에 돌입할 방침이다.

도요타자동차는 경영책임을 물어 임원 상여금을 아예 없앴다.

일본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의 ‘적자 쇼크’ 등 자동차산업의 부진으로 일본 경제는 큰 곤경에 처하게 됐다. 일본 경제에서 자동차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용 부문의 8%(500만 명), 제조업 설비투자의 20%(1조5000억 엔), 수출액의 22%(18조 엔)나 되기 때문이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업체 8개사가 지금까지 결정한 감산 규모만 해도 225만6000대에 이른다. 이들 8개사가 국내 공장에서 감축하기로 한 종업원은 1만1000여 명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도 미국처럼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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