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향해 치솟던 공사현장 잇따라 개발 중단
경제위기 소용돌이… 흔들리는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도심에 있는 쇼핑몰인 ‘더 두바이 몰’은 축구장 50개를 합한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다.
그러나 18일(현지 시간) 오후 두바이몰은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개장했던 11월 초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개장 초 1200여 점포 유치가 목표였지만 현재까지 600여 점포만 입주해 곳곳에 빈 공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입점 발표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프랑스 고급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도 아직 보이지 않았다. 카르티에, 반 클리프 앤드 아펠스 등 명품 브랜드 숍 점원들은 명품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상점 문 밖에 나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쇼핑몰 내 귀금속 가게인 스리 스타의 자이몬 요세프 판매 담당자는 “12월은 이슬람 전통 명절인 ‘이드’ 연휴와 크리스마스, 새해 연휴가 이어져 특수(特需)를 누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우리 가게에 들르는 손님은 하루 한 명꼴”이라고 하소연했다.
2000년대 이후 비약적인 경제 성장으로 ‘중동 경제의 꽃’으로 불리던 두바이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피해 가진 못했다.
‘오일 머니’ 경제에서 ‘지식기반’ 경제로의 탈바꿈을 목표로 야심 찬 행보를 이어왔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관광객이 줄고 국민의 소비심리도 위축되면서 정책 목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때 열풍(熱風)이 불던 부동산 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두바이 시내를 관통하는 셰이흐자이드로드 옆 ‘비즈니스 베이’에는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 현장이 이어졌지만 이미 완공된 건물 외벽에는 사무실을 임대한다(Offices For Rent)는 대형 현수막이 적지 않았다.
비즈니스 베이는 세계 최고층인 버즈 두바이 등 대형 빌딩 400여 개가 들어서는 ‘중동판 맨해튼’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체의 무자헤드 알리 사장은 “짓고 있던 건물 가운데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중단되는 등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사가 중단된 곳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디즈니랜드의 8배 규모로 조성 중인 ‘두바이랜드’ 등 대형 부동산 개발공사가 잇달아 축소되고, 국영 부동산개발업체인 낙힐과 다막 등이 감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출입이 위축되면서 항만 물동량도 급감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물동량 세계 7위인 두바이 제밸알리 자유무역지대 내 물류창고에서는 분주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역 노동자들은 철근 더미에 앉아 쉬고 있었다.
물류창고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11월부터는 거의 일감이 없다”며 “경기 침체로 재고가 쌓이자 수입되는 물동량도 덩달아 줄었다”고 말했다.
안성준 KOTRA 두바이 코리아비즈니스센터 차장은 “두바이의 경제개혁 방향이 당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번 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재도약의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두바이는 세계 최대 국부(國富)펀드를 지닌 아랍에미리트 최대 부국인 아부다비의 재정 지원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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