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서 체제홍보용 된 선박 찾아와야”
“북한의 대외선전용 사진을 찍을 때마다 승무원들 중 몇 명은 가운뎃손가락을 카메라를 향해 펴들었다. 북한 사람들이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으면 ‘행운을 빈다’는 뜻의 하와이식 인사라고 말했다.”
미국 역사에서 치욕스러운 사건으로 꼽히는 미 해군첩보함 푸에블로호 사건의 피랍 승무원들이 풀려난 지 23일로 40주년을 맞았다.
당시 25세의 초급장교로 북한에 억류됐었고, 지금은 회계 관련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칼 스킵 슈마허(65) 씨가 23일 지역신문인 ‘세인트루이스포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비화’를 밝혔다.
“이 사진을 본 미국인들은 우리가 북한을 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시사주간지 ‘타임’이 사진설명을 통해 ‘가운뎃손가락 인사’의 진짜 의미를 쓰면서 우리는 송환되기 전 10일 동안 무지막지하게 구타당했다. 이때를 우리는 ‘지옥의 한 주’라고 불렀다.”
슈마허 씨에 따르면 1968년 1월 23일 원산 앞바다 공해상에서 북한 함정들이 접근할 때만 해도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은 흔히 있었던 ‘낮은 수위의 마찰’ 정도로 생각했다.
북한 함정들이 정선 명령을 거부한 푸에블로호에 사격을 시작하자 로이드 부커 함장은 선수를 공해로 돌리고 민감한 장비와 자료를 폐기하기 시작했다. 함장은 1명의 사망자와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뒤에야 북한 해군에 승선을 허용했다. 이때부터 송환될 때까지 11개월간 억류됐던 승무원들은 수시로 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슈마허 씨는 “북한이 왜 납치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면서 “평양 대동강에서 체제홍보용 관광명소로 변한 푸에블로호를 다시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