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240개 목표물 맹폭=이스라엘은 29일까지 사흘째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를 동원해 240개 이상의 목표물을 공습하며 하마스의 주요 시설물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주요 시설 중에는 가자지구 남단의 땅굴 지대에 있는 하마스 건물, 방송국, 금속공장 등이 포함됐다. 29일에는 해군 함정이 가자항까지 포격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연일 맹폭하는 이유는 이번 기회에 하마스 세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스라엘은 2년 전 레바논 헤즈볼라를 얕보고 진입작전에 들어갔다가 무장대원의 반격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하마스의 거점을 맹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폐허로 변해가는 가자지구=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내의 건물들이 무너진 가운데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애도를 표하기 위해 설치한 녹색 방수포 천막이 거리에 깔려 있다고 AP통신이 29일 전했다.
천막 안에는 손님들이 앉을 의자가 마련돼 있지만 공습을 두려워하는 주민들이 찾아오지 않아 썰렁한 모습이다. 가자지구 남부의 국경마을 라파에서는 이번 공습으로 숨진 14명의 합동 장례식이 치러졌다.
가자지구 내 9개의 병원은 사망자와 부상자로 넘쳐나고 있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샤파 병원에는 이미 안치할 수 있는 규모의 3배가 넘는 시신이 쌓여 있다. 시설 부족으로 안치하지 못하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수십 구의 시신은 병원 한쪽에 방치돼 있다.
▽분노하는 이슬람권=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8일 “모든 이슬람 신자와 팔레스타인의 전투원들은 최선을 다해 가자지구의 주민들을 보호하라.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순교로 간주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2006년 7월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른 레바논 무장정치세력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도 이날 이스라엘과의 충돌에 대비해 비상경계령을 내리면서 “가자지구를 외롭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리아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이집트 이란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예멘 등지에서는 이스라엘 규탄 집회가 개최됐다. 아랍연맹 소속 21개국 외교장관들은 31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압박할 수단은 별로 없는데 그렇다고 주민들의 분노를 모른 척하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일부 이슬람권 국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마스를 적극 지지하는 이란이나 이집트의 과격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이 확대될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