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피의 전쟁’을 감행한 이스라엘과 결사항전 다짐으로 응수한 하마스의 지상전에는 양측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으로 하마스를 최대한 무력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공습만으로는 하마스의 도발적 로켓 공격을 중단시킬 수 없고, 적당한 선에서 휴전했다가는 되레 하마스 측에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다.
이스라엘의 여당인 카디마당 소속 이삭 벤 이스라엘 의회의원은 “하마스가 로켓공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수준까지 충분히 공격하기 위해서는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간 800여 회에 이르는 공습으로 북에서 남까지 공격로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기지나 건물은 대부분 제거됐다는 판단도 지상군 투입 결정에 힘을 실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지상전을 통해 하마스의 무장병력을 약화시키고 하마스 지도부를 압박해 외교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설령 하마스를 축출한다 해도 잿더미가 된 가자지구 재건에 들어갈 엄청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재점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자지구 북부의 로켓공격 거점을 장악한 뒤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 응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의 게릴라 전술이 만만치 않아 이스라엘이 이긴다 하더라도 예상보다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마스는 조잡한 단거리 카삼 로켓을 주로 사용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이스라엘 남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40km의 로켓을 발사할 정도로 전력이 크게 향상됐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무기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 때 사용한 것과 비슷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이번 전쟁으로 외부에 ‘정신적인 승리’를 선언하고 내부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의 온건파인 파타당보다 우위를 차지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협상을 선호하는 파타당과 달리 ‘결사 항전하는 유일한 무장 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아랍권 전체에서도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스라엘이 2006년 헤즈볼라와 전투를 치른 뒤 국제적인 비난 여론과 내부 갈등에 시달린 반면 헤즈볼라는 오히려 영향력을 키우는 데 성공한 전례도 하마스의 목소리를 키웠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