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GDP, 2% 하락할 전망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 싱가포르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2% 감소해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에서 추가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씨티그룹은 싱가포르 GDP 하락이 2.9%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는 구조적으로 세계 경제침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자제품 수출은 작년 11월까지 20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세계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 시황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항구 가동률 역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했다. 세계 최대 유정(油井)건설업체인 ‘케펠’과 ‘셈코프마린’은 작년 4분기에 국제 석유수요 감소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기침체가 올해는 서비스, 부동산, 도매업 등 내수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 특히 금융 등 싱가포르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대비 1.1%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본격 옮아갈 경우 주택가격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주택가격이 5.7%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락폭이 10∼20%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 아일랜드 주가 90%이상 폭락
유럽 변방의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첨단 정보기술(IT)국가로 급성장해 ‘켈틱 호랑이’ 신화를 만들어낸 아일랜드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뒷덜미를 잡혔다.
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수도 더블린 일대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말 현재 ‘반토막’이 났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전체 대출의 60%를 차지하는 금융권의 주가는 90% 이상 폭락했고 실업률은 10%에 근접했다.
부동산 버블로 한때 재미라도 본 더블린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뒤늦게 부동산 개발붐이 불기 시작한 낙후도시 리머릭은 개발사업이 ‘올 스톱’되면서 실업률이 14%까지 치솟았다. 구직자들이 4시간 줄을 서도 구직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할 정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실업률이 20%대에 달했던 아일랜드는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유럽에서 가장 활기찬 개방국가로 탈바꿈했다.
이후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신흥 부유층의 소비도 증가했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은 주택가격의 거품을 초래했다.
저금리와 부동산에 대한 낮은 세금 정책으로 시중자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거품이 끼기 시작한 것. 더블린의 주택가격이 미국 부유층 거주지인 베벌리힐스 수준만큼 급등하는 등 평균 집값이 최근 10년간 두 배로 치솟기도 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