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최고 스타보다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의 시선은 더 쏠린다.
윗옷을 벗은 모습이 공개되자 ‘몸짱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는다. 두 딸의 새 학교 입학 첫날 가족 동선(動線)은 생중계하듯 전해진다.
한국의 오(吳)씨 종친회에서 ‘종씨’인 오바마 후원회를 만들자는 우스개도 나온다고 한다. 가히 ‘오바마 신드롬’이다.
취임(20일)을 코앞에 두고 그가 임명한 상무장관 내정자가 특정 업체 유착 의혹으로 낙마하는 돌발사태도 생겼다. 하지만 그의 탄탄한 지지도를 끌어내리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엄청난 기대를 바탕으로 오바마는 최고의 대통령 대열에 오를 수 있을까.
# 미국의 유력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들은 역대 대통령을 1위부터 꼴찌까지 평가하곤 한다. 최근 여러 조사를 눈여겨 살펴봤다. 세부 순위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최고의 대통령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최악의 대통령으로 제임스 뷰캐넌을 꼽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흥미로웠다. 다양한 견해를 생명처럼 존중한다는 미국. 한결같이 이런 평가를 내리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민이 중시하는 대통령의 ‘덕목’을 살피는 데도 중요한 단서가 될 듯했다.
선임(15대·뷰캐넌)과 후임(16대·링컨) 대통령이었던 이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린 이유는 ‘남북전쟁과 그 대응’이 핵심이다. 미국이 내전으로 몰린 최대의 위기 상황이었던 때다.
# 아이러니하게도 뷰캐넌의 이력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연방 하원의원과 러시아대사, 상원의원을 거친 후 국무장관과 영국대사까지 거칠 것 없이 질주했다. 당시 대통령 취임 전후 뷰캐넌의 인기도는 지금의 오바마와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재직 중 노예제도를 둘러싸고 남부 주(州)들이 연방을 결성해 분리 독립하겠다며 위협을 가했다. 그는 “연방 탈퇴도 불법이지만 이를 막는 것도 불법”이라며 남부의 연방 탈퇴를 방치했다.
그가 보인 애매한 자세는 남북전쟁의 불씨를 제공했고 나라 전체가 피와 신음으로 뒤덮인 결과를 초래했다. ‘감상주의자’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후일 역사가들은 ‘위기의 시대’를 위기로 파악하지 못했던 ‘결단력 부족’을 그의 치명적 결함으로 꼽았다. 한 사학자는 “최고 엘리트 출신의 ‘자기 과신’이 결국 실패를 불렀다”고 평가했다. 엘리트 코스를 달린 오바마에겐 소중한 교훈이다.
# 반면 링컨은 어땠나. 뷰캐넌에 비하면 학력과 경력에서 도저히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1년의 교육과정만 배우고 독학으로 지낸 그였다.
경험은 부족했어도 대중보다 반 뼘 앞선 기민한 결단력으로 링컨은 노예 해방과 ‘하나의 미국’을 만들어낸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위기 상황은 지도자에게 고독한 결단과 이전과는 사뭇 다른 리더십을 요구한다. 리더의 운명도 삽시간에 바뀔 수 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다음 달이면 임기 1년을 맞는다. 이 대통령도 뷰캐넌의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시점이다.
‘포용의 리더십’과 ‘난세를 푸는 결단력’을 발휘해 경제를 살리라는 주문. 미국이나 한국이나 국민이 원하는 건 똑같다.
김동원 국제부 차장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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