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고 철저한 투자로 정평이 나 있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테마섹은 2007년 12월∼2008년 2월 메릴린치에 5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해 여름 9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약정했다.
하지만 이후 자금난에 빠진 메릴린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테마섹이 매입한 메릴린치 주식 평균 가격은 23달러이지만 메릴린치 주식이 마지막으로 거래된 지난해 12월 31일 주가는 12.10달러로까지 떨어졌다.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됨에 따라 테마섹이 보유한 메릴린치 주식은 BoA 주식으로 전환됐는데 5일 공시에 따르면 테마섹은 BoA의 주식 1억89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7일 주가를 기준으로 이 주식의 가치는 약 27억 달러에 불과하다.
테마섹은 지난해에 메릴린치 주식 3000만 주를 매각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부상 손실 규모가 20억 달러를 넘는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이다.
이 신문은 “테마섹의 메릴린치 투자 실패 사례는 국부펀드들이 최근 들어 은행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