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본 ‘셀 차이나 뱅크’ 러시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BoA UBS ‘중국은행 지분’ 잇달아 매각

“차익실현 일시 현상” 분석속 中당국 긴장

중국 은행들에 투자했던 해외자본들이 잇달아 발을 빼고 있다.

미국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보다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중국 은행으로부터의 ‘탈출 러시’를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외자본이 금융위기로 입은 손실을 메우기 위한 차익 실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해외자본의 이탈이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해외자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글로벌 위기로 밀월 끝”

8일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번 주 들어 중국건설은행 지분 2.5%인 56억 주(약 28억 달러)를 매각했다.

홍콩의 최고 부호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도 금주 들어 중국은행(BOC) 주식 20억 주(약 5억2400만 달러)를 처분했다. UBS는 BOC 보유지분 1.3%를 모두 팔아 8억800만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

해외자본들의 ‘셀 차이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BOC 경영진에 지분 4.3%를 매각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도 주식의무보유기간(3년)이 끝나는 다음 주부터 중국 은행들의 주식 처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외자본들이 중국 은행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중국 정부가 금융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한 2005년 무렵부터. 중국 정부는 서구의 선진 금융노하우를 전수받기를 기대하면서 해외자본의 자국 은행 주식 취득을 허용했다.

그러나 해외자본과 중국 은행의 ‘밀월관계’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금융위기로 천문학적인 투자손실을 입은 해외자본이 중국 은행 보유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해외자본의 탈중국 러시는 당초부터 뒤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해외자본들은 중국은행에 대한 지분 참여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규제가 여전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들었다. 지분참여 허용 폭이 20%로 제한돼 있는 것도 불만이었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잠재적 경쟁자’인 해외자본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었다.

○ “장기적으로 외면하기는 힘들것”

중국은 해외자본의 지분 매각이 해외자본의 본격적인 탈중국 러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03년 이후 꾸준히 금융 개혁을 추진하면서 부실채권은 줄고 투명성은 높아지는 등 중국 은행의 체질이 전반적으로 강화돼 중국 은행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또 미국발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본 서구 금융기관과 달리 중국 은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채권에 노출된 자산이 전체의 0.1%에 불과하다는 점도 자신감을 갖는 배경이다.

2005년 이후 중국 은행권에 유입된 250억 달러의 해외자본이 일거에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

베이징 런민대 재정학 부학장인 자오시쥔(趙錫軍) 교수는 “외국 자본들이 자금운용의 필요에 따라 중국 지분을 줄이는 것을 전반적인 이탈로 볼 수 없다”며 “ING그룹은 베이징은행 지분을 16%에서 20%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JP모건체이스의 새무언 천 애널리스트는 “해외 자본들이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 전망이 밝은 중국 금융시장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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