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시체를 보는 편이 낫겠다. 팔다리가 절단돼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들을 빤히 보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심정을 아는가. 머리를 벽에 찧고 싶을 만큼 절망스럽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16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 이곳에는 공습의 한가운데서 환자 곁을 지키는 헌신적인 의료진이 있다고 AP통신이 11일 전했다.
의료진이 전하는 가자지구 상황은 ‘처참함’ 그 자체다.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 2년째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샤우키 살레(24) 씨는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체 주변을 쥐나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며 뜯어먹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아직 폐허 밑에 깔려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은 어찌 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걸고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은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해 모두 400여 명.
의료진 역시 죽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의료진 21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했다. 또 이스라엘은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하는 의료진을 향해서도 발포해 11대의 앰뷸런스가 파괴됐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스라엘이 구호요원들의 부상자 접근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유엔 결의로 지상전 빨리 끝내야할 시점”
한편 이스라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결의를 거부한 뒤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마탄 빌나이 국방부 부장관은 11일 라디오에 출연해 “유엔 결의 때문에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지상전을 빨리 끝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이스라엘 지상군이 이날 가자시티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1km까지 접근해 하마스 대원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와중에 나왔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목표가 거의 달성됐지만 하마스에 대한 공세는 당분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습이 시작된 후 11일 기준으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879명이며 부상자는 3620명이라고 AFP통신이 집계했다. 사망자 중 275명은 어린이다.
이런 가운데 평화중재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주초 이집트와 이스라엘, 레바논을 방문할 예정이다. 독일과 스페인은 이미 이집트에 외교장관을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