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공공성은 키우고
英BBC 맞먹는 공영방송 - 글로벌 미디어그룹 중점 육성
프랑스는 현재 미디어 개혁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방송법을 개정해 오후 8시 이후 공영방송의 광고를 폐지했다. 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에마뉘엘 미뇽 특보가 이끄는 특별위원회가 ‘언론개혁 보고서’(이하 미뇽 보고서)를 작성해 8일 문화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신문 TV 라디오 등 매체 간 소유 제한을 완화하고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며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의회는 ‘미뇽 보고서’와 지난해 9월에 나온 미디어개혁위원회의 ‘미디어와 디지털 시대’라는 보고서를 함께 검토해 최종안을 낼 예정이다. ‘미디어와 디지털 시대’라는 보고서도 미뇽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미디어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과 신문 TV 라디오의 소유 규제 완화=프랑스 정부는 매체 간 소유 규제 완화를 통해 세계 정상권에 오를 수 있는 복합 미디어그룹의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미디어그룹인 비방디가 세계 6위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미디어를 40만 개의 일자리와 성장 잠재력을 지닌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수년 내 미디어 분야의 고용 감축과 세계 콘텐츠 전쟁에서 자국 미디어기업의 영향력이 상실되는 것 등을 우려하고 있다.
미뇽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자국 미디어기업이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미디어 간 교차 소유 규제를 들고 있다. 프랑스는 여론 다원화를 명목으로 신문 TV 라디오 등 3개 매체 가운데 2개 매체에서 일정한 점유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정책을 펴왔다.
신문은 전체 신문 판매부수의 20%, TV는 방송 지역의 인구 400만 명, 라디오는 청취자 3000만 명을 기준으로 두 가지 매체에서 이 기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이런 규제 아래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미디어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와 디지털 시대’ 보고서는 이 같은 ‘3개 중 2개 원칙’을 폐지하고 미디어그룹이 신문 TV 라디오 등 세 매체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종 매체와 연관을 짓지 않고 단일 매체 내에서만 상한선을 정해 이 범위 안에서는 동시 소유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미디어와 디지털 시대’ 보고서는 또 상한선의 기준도 완화하자고 제안했다. TV의 경우 소유제한 기준을 채널 수(현재 지상파 1개 및 디지털 지상파 채널 7개)에서 시청자 점유율로 대체해 완화하자는 것이다. 또 단일 주주가 1개 전국 방송 채널 지분의 49% 이상, 2개 전국 방송 채널 지분의 15%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미디어와 디지털 시대’ 보고서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자유가 급속히 신장하고 디지털 지상파 방송에 따라 시청자가 분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소유 집중 현상은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답게=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 텔레비전 서비스와 시청각 커뮤니케이션법’을 개정해 공영 방송 개혁을 시작했다. 이 법의 취지는 공영방송의 재원 일부가 광고로 충당되면서 방만한 경영, 민영방송과의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 등을 부추긴 문제를 해결하고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증진하자는 것이다.
공영방송인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5개 채널에서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6시 광고를 폐지했으며 2011년 12월에는 전면 폐지된다. 광고 폐지로 인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민영방송 광고 매출의 3%를 공영방송에 주기로 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계열사로 나뉜 프랑스 텔레비지옹을 단일 기업으로 만들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공영방송 개혁에 대해 도시 내 사유지가 늘어날수록 공공지인 공원의 가치가 주목받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 채널 증가로 상업방송이 확대될 경우 상업화의 논리에서 벗어난 공영방송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태순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실장은 “프랑스 정부는 국가전략 산업 중 하나로 미디어를 꼽고 공영방송의 경우 영국의 BBC나 아랍의 알자지라 방송과 같은 위상을 확립하려고 한다”며 “이를 제외한 미디어업계의 경우 소유 규제 등을 풀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