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41명 동행… 볼티모어 4만 인파
워싱턴은 축제열기… 취임일 강추위 예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벤트가 17일 ‘취임열차’ 여행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워싱턴에는 주말부터 미 전역에서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도시 전체가 축제 열기다.
○…오바마 당선인 가족을 태운 열차는 이날 낮 12시경 독립의 요람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를 출발해 220km를 달렸다. 철로변에는 시민들이 늘어서서 피켓과 사진을 흔들었다. 총 10칸인 열차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며 회사와 법정 다툼을 벌이다 패소한 여성 근로자, 참전 용사 등 ‘보통 사람’ 41명도 동행했다.
열차는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 부부를 태웠다. 7000여 명의 시민이 이날 45회 생일을 맞은 미셸 오바마 여사를 위해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불러줬다.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기착하자 4만여 인파가 전쟁기념광장과 인근 거리를 가득 메웠다. 오바마 당선인은 추운 날씨를 견디며 환영해주는 시민들에게 감동한 듯 시종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광장 연설을 통해 “대선 승리는 끝이 아니라 미국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며 “경제난을 비롯한 도전들을 이겨 내겠다”고 다짐했다. 열차는 출발 6시간 반 만에 워싱턴 시내에 도착했다.
○…취임열차뿐만 아니라 취임식을 관통하는 주된 콘셉트는 링컨이었다. 올해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탄생 20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우선 기차의 여로는 1861년 링컨 전 대통령의 취임열차 코스를 반복한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 선서 때 사용할 성경은 링컨 전 대통령이 취임 때 사용한 뒤 의회 도서관에 보관한 것이다. 취임식 직후 200명이 참석하는 공식 오찬 메뉴도 링컨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겼던 음식들을 택했다.
취임식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통합’이다. 18일 링컨기념관에서 열리는 오바마 부부 환영행사의 주제는 ‘우리는 하나(We are one)’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취임하는 20일은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의 다음 날이기도 하다. 스티비 원더 등 유명 흑인 연예인이 대거 참석한다.
○…워싱턴에는 200만 명으로 예상되는 취임식 참석 인파가 주말부터 3개 공항과 고속도로를 통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퍼레이드 연도를 따라 관람대 설치작업도 마무리됐다.
텍사스에서 가족과 함께 취임식을 보러 왔다는 케니 히긴스(56) 씨는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볼 생각에 너무 흥분된다”며 “추위 따위는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화점 메이시스에서 오바마 밀랍인형, 기념주화, 티셔츠 등을 파는 세라 바스케즈(42) 씨는 “오바마 기념품만은 세일 제외”라며 “백화점 내에서도 단연 최고인기”라고 말했다.
20일 워싱턴은 최저기온 영하 7도, 최고기온 영하 0.5도로 예상된다. 추운 날씨지만 취임식이 실내행사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 이 정도 날씨면 야외행사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게 취임 준비위의 판단이고 당선인도 야외 행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