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년 흑백갈등 푼 ‘취임식 기적’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8분


젊은 백인들이 주로 다니는 ‘캐피톨힐 연합 감리교회.’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젊은 백인들이 주로 다니는 ‘캐피톨힐 연합 감리교회.’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워싱턴 이웃교회 축하객들 맞이 손잡아

“워싱턴에는 꽤 부유한 지역과 힘들게 살아가는 또 다른 절반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두 개의 워싱턴을 하나로 잇고 싶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다니게 될 교회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인종적으로 분리된 워싱턴을 연결해줄 교회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갈라진 워싱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워싱턴 내 같은 구역 안에서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인종적으로 분리돼 200년 가까이 반목해온 2개의 교회가 화해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감리교에 속하는 두 교회는 의회 바로 근처 지역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나란히 서 있다. ‘캐피털힐 연합 감리교회’에는 주로 젊은 백인들이 다니는 반면 에버니저 교회는 고령의 흑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곳이다.

두 교회는 원래 하나였다. 1829년 당시 백인 신도들이 “흑인은 예배할 때 발소리를 많이 내고 찬송가를 시끄럽게 부른다”며 흑인들을 몰아냈고, 쫓겨난 흑인 신도들은 그 옆에 자신들만의 교회를 설립했다.

감리교 지역본부는 수년 전부터 인종으로 갈라진 두 교회에 화해를 명령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갈등을 극복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미묘한 인종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식은 변화의 기폭제였다. 역사적 현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수도로 상경하면서 두 교회는 협력을 다짐했다. 취임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에게 두 교회가 문을 활짝 열고 공동으로 도움을 제공하기로 한 것.

지난 주말에는 메릴랜드에서 온 청년들이 에버니저 교회에 침낭을 깔고 잠자리를 정하자 캐피털힐 연합 감리교회 교인들이 와서 음식을 나눠주며 이들을 돌봤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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