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철도 앞세운 新실크로드… “아세안을 중화경제 품안에”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8분


베트남 달리는 한국 지하철 하노이에서 할롱 만까지 운행되는 열차. 한국의 서울메트로 객차를 내부 디자인을 바꾼 뒤 사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동림철도운송
베트남 달리는 한국 지하철 하노이에서 할롱 만까지 운행되는 열차. 한국의 서울메트로 객차를 내부 디자인을 바꾼 뒤 사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동림철도운송
올해 개통 中 난닝∼베트남 하노이 정기열차 탑승기

베트남 거쳐 泰-미얀마로 ‘철도 대동맥’ 확장 추진

“아세안을 잡아야 산다” 기업들 잇달아 공장 이전

《11일 오후 6시 15분 중국 광시(廣西) 좡(壯)족자치구 난닝(南寧) 열차역. 난닝에서 남쪽으로 국경 넘어 베트남 하노이까지 가는 열차가 승객을 태우고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약 13시간 동안 밤새 달렸다. 거리에 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은 양국 국경을 넘을 때 출입국 검사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 하노이 잘람역까지 391km 구간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이 구간 정기여객 철도가 개통되면서 중국은 앞으로 이 철길을 따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으로의 경제영토 확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정기 여객열차의 개통은 중국과 베트남은 물론 아세안과의 대동맥을 잇는 것으로 양측 간 교류의 새로운 역사적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하노이도 ‘중국과 아세안을 잇는 교량’ ‘중국과 가장 가까운 아세안 도시’ 등의 지리적 조건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 아세안으로 눈 돌리는 중국

동쪽 광둥(廣東) 성의 여러 도시들에 비해 낙후했던 난닝은 2004년 이후 매년 중국-아세안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곳곳에 마천루가 올라가고 우쉬(吳우)공항 이용객도 2007년 말 약 300만 명으로 3년 전에 비해 3배 늘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5회 엑스포에서는 금융위기 폭풍 속에서도 전년대비 3.4% 증가한 65억2000만 달러의 계약이 이뤄졌다. 이 엑스포에 참가한 기업들 중 3분의 2는 광시자치구 밖의 중국 기업들이다.

중국과 아세안 간 교역은 2004년 1058억 달러에서 지난해 2311억 달러(추정치)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도시 핑샹(憑祥) 주민의 1인당 소득도 2001년 1620위안에서 2007년 3117위안으로 늘었다.

양국은 국경 지역에서 휴대할 수 있는 면세 기준을 지난해 11월부터 3000위안에서 8000위안으로 늘려 국경 무역을 활발히 하도록 했다.

광시자치구가 난닝 시 칭슈(靑秀) 구에 조성 중인 ‘아세안국제상업구(東盟國際商務區)’를 보면 중국이 아세안과의 교류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용지(3km²) 곳곳에는 아세안 10개국은 물론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마카오 등 주변국의 투자를 손짓하는 국가별 단지가 조성돼 있다.

땅을 제공할 테니 이곳에 영사관이나 연락사무소, 금융센터 등을 짓고 난닝과 광시자치구는 물론 아세안으로 진출하는 거점으로 삼으라는 뜻이다.

광시자치구 투자촉진국 중수린(鍾樹林) 부국장은 “이제 광시나 난닝은 중국과 아세안을 잇는 창구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용으로 다가가는 중국과 베트남

중국과 베트남은 약 1400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역사적 구원(舊怨) 등으로 교류가 적었다.

양국은 1979년 국경전쟁을 치른 후에는 2006년까지 1주일에 한두 번 다니던 철도 교통도 중단됐다. 19세기까지 베트남은 중국의 각 왕조로부터 복속된 기간을 합치면 약 1000년이 된다. 베트남은 이를 ‘1000년 복속’이라며 잊지 않고 있다.

그런 양국이 지난해 12월 31일 국경선 획정에 최종 합의했다.

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푸둥 베트남 외교부 차관은 “양국 간 국경 합의로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베트남과의 첫 단추가 잘 끼워지면 태국 미얀마 등과의 국제철도 노선 부설 및 개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아세안과의 육로 교통이 확대되면 육로로 인도양에 접근해 원유를 수송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제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믈라카 해협을 지나지 않게 돼 전략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거점도시로 뜨는 하노이

12일 하노이 중심가 대우호텔에서는 ‘아세안 관광포럼’이 열렸다. 인근에 유명 관광지 할롱 만(하롱베이)이 있지만 남부 경제중심 호찌민 등에 비해 낙후한데도 이런 모임이 열린 것은 하노이의 ‘중국효과’도 한몫했다고 행사 관계자는 말했다.

앞서 11일 밤 하노이행 기차에서 만난 응우옌특팅(41) 씨는 호찌민의 한 포장지 무역회사에 다니는 중간간부. 5년 전부터는 중국에도 출장을 다닐 일이 적지 않다. 그는 “아직 개통 초기라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운행 시간이 줄면 편하게 양국을 오가며 비즈니스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만난 응우옌흐후두엔 베트남철도총공사 운수부장은 “양국 간 정기 여객열차 개통은 이제 다가올 중국과 베트남 간 교류 확대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두엔 부장은 “앞으로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과 하노이 구간에도 중국 철도폭인 표준궤로 건설돼 난닝∼하노이 구간과 함께 ‘Y자형’ 대동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해 5000명이 채 안 되는 중국인 관광객도 철도 개통으로 3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다.

하노이는 또 철도 개통 등 중국과의 교류 강화로 ‘중국+1’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1’은 중국에서 인건비 상승으로 철수하는 기업을 가장 가까운 하노이에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상공회의소 전티엔끄엉 대외협력부장은 “지난해 베트남에 대한 직접투자가 전년대비 3배가량 증가한 600억 달러가 넘은 것도 하노이 등 북부의 투자 증가가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노이가 중국의 경제 영향권에 너무 편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노이 시 산업무역촉진센터 응우옌티마이아잉 부국장은 “하노이 시장 제품의 80% 이상이 중국산인데 이는 베트남 업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하노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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