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장 앞 200만명 “YES WE CAN” 다시 외쳐

  • 입력 2009년 1월 20일 23시 46분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취임식 생중계
한국시간 오전 2시 5분께 오바마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습니다. 이로써 오바마 당선인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20일 워싱턴 일대는 '거대한 축제의 장'이었다.


오바마 당선인, 부시 대통령과 함께 한국시간 21일 오전 1시 취임식장에 도착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200만 명의 인파가 구름 떼처럼 몰려들면서 워싱턴 일대 교통은 19일부터 몸살을 앓기도 했다.

시내 곳곳은 성조기 물결 속에 '경축 오바마 대통령' '미셸 오바마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탄생'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 축제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행사 개막전 취임식장 앞 200만명 “YES WE CAN”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취임식을 보러 온 미국인들은 19일 간간이 눈발이 날리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취임식이 열리는 의회 의사당과 기념행진이 펼쳐지는 펜실베이니아 거리 주변을 거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2층 버스에서 길거리 시민을 향해 대선후보 시절 오바마 당선인의 구호였던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어)'를 외쳐 박수를 받았다.


행사 개막전 취임식장 앞 200만명 “YES WE CAN”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오바마 기념배지를 가슴에 단 수잔 스캔넬 씨는 "뉴햄프셔에서 새벽에 출발해 도착했다"며 "아침에 지하철을 탔을 때 만원이었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로 모두 행복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 내외 현지시간 20일 오전 9시 55분 백악관서 부시 대통령 부부와 만남<로이터/동아닷컴 특약>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의회 의사당 앞 광장에서는 취임식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끊이지 않았다. 취임식 배지와 안내책자 티셔츠 등 기념품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은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춤까지 춰가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마분지를 이용해 실물 크기로 제작된 오바마 당선인의 대형 사진 앞은 특히 인기가 있어 기념사진을 찍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오바마 당선인 내외 현지시간 20일 오전 9시 성 요한 교회 아침예배 참석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이번 취임식에선 특히 흑인 인구비율이 높은 미 남부지역에서 기차를 타고 단체로 취임식에 참석한 흑인들이 많아서 눈길. 흑인 민권운동의 발화점이자, 흑백차별의 '대명사'이기도 한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도 버스를 타로 하루 꼬박 걸려 워싱턴에 도착하기도. 일부 흑인들은 워싱턴에 도착하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흑인의 69%는 흑인 대통령의 탄생으로 인종평등을 외쳐온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실현됐다고 여기고 있다. ABC방송은 흑인 사회에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흑인인 제시 오언스가 금메달 4개를 딴 것보다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이 더 위대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취임식 경호를 총괄하는 비밀검찰국은 저격수 대응팀까지 동원해 철통같은 입체경호를 펼친다. 마크 설리번 비밀검찰국 국장은 "취임식 퍼레이드가 펼쳐질 펜실베이니아가 주변 모든 건물은 저격수 대응팀이 점검을 마쳤다"면서 "팀원들은 손바닥 들여다보듯 건물을 감시하며 모든 위기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식에는 저격수 대응팀 외에도 8000명의 경찰, 1000명의 연방수사국(FBI) 요원, 교통안전국(TSA) 검색요원, 1만 명의 주 방위군 병력이 오바마 당선인의 경호에 나섰다.

○…취임식행사에는 부대행사 비용 등을 포함해 무려 1억7000만 달러를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005년 취임식 행사 모금액 4340만 달러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1993년 취임식 행사 모금액 3300만 달러보다 많은 4500만 달러의 기부금이 모였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해 연방정부에 7500만 달러를 요청해둔 상태다. 20일 열리는 취임식 자체에만 124만 달러를 들어갈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는 딕 체니 부통령은 이사를 하다가 삐끗해 휠체어를 탄 채로 취임식에 참석하게 됐다. 워싱턴 근교에 있는 새 집으로 짐을 옮기다가 근육을 다쳤는데 의사의 권유로 휠체어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백악관 측은 밝혔다.

○…미국 내 이슬람교인들은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식에서 이슬람식 중간이름인 '후세인'을 사용하기로 한 결정을 크게 반기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앞서 지난해 11월 시카고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중간 이름을 포함해 전체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슬람 성직자 유수프 살림 씨는 "오바마 당선인은 기독교인이지만, 자신의 뿌리나 유산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후세인은 아랍어로 '좋은' 또는 '잘 생긴'을 뜻하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자신의 할아버지를 기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도 19일 저녁에 열린 오바마 대통령 취임 축하연에 참석했다. 부인 로니 알리 씨는 "오바마 대통령은 어깨 위에 미국이 아닌 세계를 물려받았다"면서 "무하마드가 직면한 것도 훨씬 더 무거운 짐을 지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과 이름이 같은 일본의 오바마 시는 불교 사원 부근에 '오바마를 위한 오바마'라는 축하무대를 마련해 훌라 춤을 추며 취임을 축하하기로 했다. 오바마 당선인이 훌라 춤으로 유명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일본의 오바마에서도 훌라 춤이 인기가 있다는 발상에 따른 것. 오바마 당선인이 유년시절을 보낸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바마 당선인의 학교 후배들이 자카르타에 모여 축가를 부를 예정이다. 홍콩의 유명 관광지인 빅토리아 피크는 취임 축하선물로 오바마 당선인의 밀랍인형을 세우기로 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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