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도전은 실제상황…우리는 이겨낼 것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05분



44대 美대통령 취임… ‘희망의 새 역사’ 열어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은 실제 상황이며 심각하고 많습니다. 쉽게, 짧은 시간에 극복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책임의 시대(New era of Responsibility)가 요구됩니다."

미국 역사의 새 장(章)을 여는 순간, 첫 흑인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책임감과 위기 극복의 자신감, 그리고 새로운 미국을 향한 약속이었다.

버락 오바마(48)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정오(현지 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20여 분간의 취임연설을 통해 미국과 세계가 당면한 경제위기,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쟁 등 외교 안보의 도전들을 지칭하면서 '고난의 겨울'에 현재를 비유했다.

그는 이어 "희망과 가치를 갖고 얼어붙은 격류를 용감히 건너고 어떤 폭풍우가 와도 견뎌내자"며 "그리하여 후손들이 우리가 이 여행을 포기하거나 돌아서거나 비틀거리지 않았으며, 항상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위대한 자유라는 선물을 후세대에게 전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오늘 우리는 두려움 보다 희망, 갈등과 반목 보다 목적

을 위한 통합을 위해 모였다"며 "우리는 정치를 너무나도 오랫동안 옥죄온 사사로운 욕심과 허황된 약속, 비난과 낡은 도그마를 종식시킬 것을 선언하며, 오늘부터 '미국 개조'를 위한 작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책임의 시대"라면서 "국가, 세계에 대한 의무가 모든 미국인에게 걸려있다는 있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받아들이기 보다는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치는 근면과 정직, 용기와 공명정대한 행동, 인내와 호기심, 충성심과 애국심이라는 오래된 가치"라며 "우리 역사 발전의 조용한 동력이었던 그같은 가치로 되돌아가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어려운 과제에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치는 일 보다 우리의 정신을 만족시키고, 이를 통해 우리의 성격을 규정짓는 일은 없다"며 "국가의 위대함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얻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면서 "우리는 지금 전쟁중이며, 광범위한 폭력과 증오의 네트워크에 맞서고 있다"며 "일부의 탐욕과 무책임, 그리고 어려운 선택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데 실패한 우리의 집단적 책임 때문에 경제는 심하게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숫자나 통계보다 더 심각하게 위기를 나타내주는 것은 나라 전반에 걸친 자신감의 상실"이라며 "미국의 쇠퇴는 불가피하며, 다음 세대는 자신들이 눈높이를 낮춰야할 것이란 두려움이 끈덕지게 달라붙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실제상황이며 쉽게, 단기간에 이겨낼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가 그 도전들을 극복할 것임을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은 신속하고 대담한 행동을 요구한다"며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성장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도로와 다리, 디지털 인프라를 건설할 것이며 과학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태양열과 풍력이 차와 공장을 돌아가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시장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논쟁거리가 되지 못한다"며 "부를 창출하고 자유를 확장하는 시장의 힘은 독보적이지만 시장은 감시하는 눈이 없을 경우 통제를 벗어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이번 위기에서 경험했다"고 말해 시장 감시를 위한 감독기능 강화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논란을 빚은 국가안보를 위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절차의 훼손 문제와 관련, "안보와 우리의 이상(理想)은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국의 아버지들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도 힘든 위험 속에서도 법의 지배와 인권 조항을 만들어냈다"며 "우리는 편리를 위해 우리의 이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혹심문기법과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시사한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다른 나라들을 향해 "미국은 세계의 모든 나라, 모든 이들, 어린이들의 친구이며 다시 한번 리더십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라크를 이라크인들에게 책임있게 맡길 것이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렵게 쟁취한 평화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우리는 핵 위협을 줄이기 위해 우리의 오랜 친구 및 옛 적들과 함께 부단히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테러와 무고한 사람을 학살함으로써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자들은 알아야 한다. '우리의 정신력은 당신들보다 강하며 절대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은 우리를 이길 수 없으며 우린 당신들을 패퇴시킬 것'임을"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 세계를 향해 "우리는 상호 존중과 상호 이익에 기반해 진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그러나 "갈등을 조장하면서 자신들 내부의 병폐를 서방세계의 책임으로 돌리는 지도자들에게는 '당신들의 국민은 당신들이 파괴하는게 아니라 당신들이 건설하는 것으로 당신들을 판단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부패와 사기, 반대자에게 재갈을 물림으로써 권력을 유지하는 자들은 자신들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그러나 당신이 주먹을 필 의향이 있다면 우리도 손을 내밀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탄압과 핵 개발 등을 놓고 자주 사용한 논리와 비슷하면서도 한단계 더 적극적인 설득과 포용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전세계에 대해 "새로운 미국은 모든 목소리를 들을 것이며, 미국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선 어떤 것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오전부터 본격 집무에 들어간다. 집무 첫날부터 경제 및 외교안보팀을 잇달아 소집한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와의 협의를 통해 8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비롯한 경제회복 대책을 지체 없이 시행할 계획이다.

팔레스타인 문제 등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을 중동특사로 임명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에 나설 방침이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연 오바마 정부는 역대 최고의 지지(78%)를 받으며 출범했다. 통합과 변화를 내건 그의 취임으로 미국 사회는 인종 간 화합과 이념, 계층, 세대의 대통합을 도모할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지만 초유의 경제난과 테러리즘,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 숱한 도전도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워싱턴=하태원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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