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이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2일 미국 측에 “쿠바 관타나모 기지 내에 수감돼 있는 중국인들의 신병을 중국에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관타나모 기지 내 테러용의자 수감 시설을 폐쇄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관타나모에 있는) 중국인들은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라는 테러단체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또 유럽 일부 국가가 관타나모 기지 내 중국인 수감자들의 자국 내 정착을 고려하고 있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 어떤 국가도 중국인 수감자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이들은 빨리 중국에 송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요구에 오바마 행정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수감자를 돌려보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특히 “돌려보내는 수감자를 ‘학대’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는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중국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송환을 요구한 ‘관타나모 내 중국인들’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무기 관련 훈련을 받은 혐의로 2001년 붙잡힌 신장(新疆) 위구르족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불과 이틀 만에 양국이 뚜렷한 이견을 나타내 앞으로 인권 무역적자 대만 문제 등 현안에서 양국 간 관계 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는 21일자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과의 단절에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중-미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사설은 이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쉽지 않은데 부시 행정부가 이를 해냈다”고 높이 평가하며 “양국 간 경제전략대화도 최근 열린 5번째의 대화가 마지막인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인지 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