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천국 홍콩에 있는 최고의 관광지는 바로 이곳!

  • 입력 2009년 1월 29일 18시 02분


[세계 일류 과학관을 가다]홍콩 과학관

쇼핑과 관광의 나라, 홍콩. 그 중에서도 최대 쇼핑 지역인 구룡반도 침사추이 지역. 여기에서 관광객이 가장 북적거리는 곳 중 하나는 놀랍게도 명품가게나 유명 레스토랑이 아니다.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구룡공원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홍콩과학관이 바로 그 곳.

홍콩과학관은 연 관람객 100만 명 중에서 반이 관광객일 정도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다. 도대체 홍콩과학관에 무엇이 있기에 관광객들이 쇼핑보다 짜릿하고 관광보다 좋다고 입을 모으는 걸까?

●관광객을 사로잡아라

홍콩과학관 안에 들어서면 혹시 공사 중은 아닌지 잠깐 착각에 빠지게 된다. 거대한 철골구조물이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학 전시물의 하나인 에너지머신이에요. 세계 주요 과학관에 있는 에너지머신 가운데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기자를 맞은 홍콩과학관의 엉 콕아이 큐레이터는 22m 높이의 에너지머신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에너지머신은 철제 롤러코스터와 비슷하게 생긴 구조물로, 레일을 따라 20여 개의 공이 움직이고 이 공이 구르는 속도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음악이 연주되거나 특정 장치가 작동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 포텐셜의 개념을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한 과학관에는 하나씩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고 친숙한 전시물이다. 홍콩과학관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 전시물을 탈바꿈시켜 홍콩과학관의 ‘명물’로 만들었고, 홍콩과학관의 ‘명소’로 만들었다.

과연 비결이 뭘까. 다른 나라의 과학관이 교육부 또는 과학부에 속해 있는 것에 비해, 홍콩과학관은 홍콩레저문화서비스국에 소속되어 있다. 즉 과학관도 관광객을 놓치지 않겠다는 홍콩 당국의 속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과학관 개장 시간이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인 것과 매주 수요일에는 입장료가 무료인 것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비책이다. 네덜란드에서 온 브람 웨하스 씨는 “낮에는 쇼핑을 하고 밤에는 과학관을 둘러 볼 수 있어서, 짧은 관광 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평했다.

● 얌전한 관람객은 가라

홍콩과학관의 명물은 에너지머신뿐만 아니다. 전시물을 관람하는 관람객의 모습 또한 명물이다. 홍콩과학관에 들어서면 가만히 서서 전시물을 보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볼 수 없다. 전시물의 70% 이상이 몸으로 직접 작동해야만 하는 전시물이기 때문이다.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잡아당기는 정도는 얌전한 축에 속한다. 홍콩과학관의 전시물은 누르고, 밟고, 눕고, 올라가고, 점프하고, 달리고, 치는 등 적극적이고 다양한 동작을 필요로 한다.

이는 홍콩과학관의 설립 취지 때문이다. 1991년 세워진 홍콩과학관은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효과가 가장 크며,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만져야 한다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과학관은 놀이터를 방불케 할 정도의 떠들썩한 함성과 움직임이 가득했다. 2008베이징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지하 1층의 ‘스포츠아레나’ 전시장에는 야구, 조정, 뜀틀 등 올림픽의 종목을 직접 해보면서 과학 원리를 깨우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상 1층에는 미니어쳐 포크레인과 기중기를 몰면서 산업 기계의 작동원리와 안전수칙에 대해 배우는 관람객의 모습도 보였다.

호주에서 온 케빈 윌버트 씨는 “과학관이 아니라 체육관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몸을 많이 움직였다”며 “눈으로 보기만 하는 다른 관광지보다 오히려 여기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람객이 직접 몸을 움직여 스스로 깨우치는 방식 덕분에 전시물에는 설명글이 거의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안내문 정도다.

엉 콕아이 큐레이터는 “종종 설명글이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관람객들의 항의 아닌 항의를 받을 때가 있지만 경험은 과학관에서 하고, 원리는 학교나 집에서 따로 배울 수 있다”며 “우리는 관람객이 과학관에서 그저 재밌고 신나게 놀다 가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홍콩=김맑아 동아사이언스기자 m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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