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식인에서 일반시민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어 파장이 주목된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었던 지난해 12월 10일 중국의 저명한 지식인과 반정부 인사 303명이 중국 공산당 독재에 정면으로 도전한 이른바 ‘08헌장’ 서명은 엄격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08헌장은 국가 최고법률로서의 헌법 개정과 직접 선거, 사법권 독립과 인권 보장, 민주 입법, 결사 집회 언론 종교의 자유 보장 등 19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처음 08헌장에 서명했던 인사들은 반체제 작가 류사오보(劉曉波) 씨와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비서였던 바오퉁(鮑동), 베이징 법학자 위하오청(于浩成) 등 대부분 유명한 반체제 인사거나 급진적인 주장을 펴는 지식인들이었다. 그래서 가끔씩 터져 나오는 일부 지식인의 목소리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서명자가 81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서명자 역시 교수 작가 변호사 기자에서 회사원 교사 학생 농민 기술자 등 다양한 계층으로 퍼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08헌장의 파장이 의외로 확산되자 인터넷에 올라 있는 ‘08헌장’ 자체를 삭제하고 관련 기사도 모두 검색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중국의 종합검색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 ‘08헌장’을 치면 곧바로 ‘검색한 결과는 관련 법률이나 정책에 부합하지 않아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나온다.
중국 당국은 류 씨 등 서명자들을 대부분 소환조사하고 이 중 일부를 구금하는 등 탄압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3인 중 한 명인 쑨원광(孫文廣·75·사진) 전 산둥(山東)대 교수는 본보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 사회는 현재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현 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다”며 “이것이 서명에 참여한 동기”라고 말했다.
그는 “서명 직후 산둥대 당위원회에서 조사를 한 뒤 컴퓨터를 압수해 갔다”며 “다시 한 대를 새로 샀는데 그것 역시 압수당해 현재 e메일조차 쓸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北京)의 한 유명한 교수 서명자도 “현재 08헌장은 중국의 전체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며 “이 파장이 얼마나 커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