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매물로 나온 골프장이나 빌딩, 중소기업이 있는지 좀 알아봐 줘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10년 동안 투자컨설팅업체를 운영해 온 한국인 조모(42) 사장은 요즘 중국 부자들에게서 이런 요청을 자주 받는다. 조 사장은 그동안 한국인을 대상으로 중국 투자 컨설팅을 해 왔다. 조 사장은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부터 한국 투자를 물어보는 중국인이 부쩍 늘었다”며 “사업 모델을 중국인에게 한국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3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요즘 해외에서 투자와 쇼핑으로 거액을 쓰고 있다.
홍콩 번화가의 보석 가게들에도 지난해 말부터 두둑한 돈지갑을 든 중국 본토인들이 급증했다. 보석가게 직원들은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와 3캐럿이나 6캐럿짜리 귀걸이를 찾는 중국 본토인이 많다”면서 “올해 설 매출이 작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 거래 사이트 써우팡(搜房)은 미국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부동산 매물을 둘러보는 여행단을 모집했다. 이달 하순 열흘 일정으로 떠나는 이 여행단의 정원은 40명이었는데 신청자가 400명이 몰렸다.
써우팡 직원은 “미국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 미국 부동산이 중국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곳이 됐다”고 말했다.
투자방식도 다양하다. 상하이의 일부 중국 기업들은 수출대금을 국내로 송금하지 않고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고리의 회사채를 사고 있다.
중국의 해외투자 급증에 대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홍콩의 펀드매니저인 헨리 리 씨는 “중국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는데, 왜 돈을 그곳에 두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중국 부자들이나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전 세계 자산가치가 떨어진 점을 활용해 투자기회를 찾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인이 한국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최근 1년 사이 위안화 가치가 원화에 비해 급등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2000만 명에 이르는 농민공 실직 문제 등에서 보듯 글로벌 경제위기로 사회 불안이 우려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 같은 해외투자 급증이 자본도피로 해석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한편 해외투자자들의 중국 투자가 주춤한 가운데 중국인과 중국기업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외환보유액의 폭발적 증가세도 꺾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중국의 외환보유 증가액은 최근 4년 이래 가장 적은 404억 달러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