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은 4일(현지 시간) 지상파 방송의 전면 디지털 전환 시한을 6월12일로 연기하는 법안을 찬성 264, 반대 158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는 대로 바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당초 미국 정부는 2월17일 아날로그 방송을 전면 중단키로 하고 수 년간 준비 작업을 해 왔다.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면 시청자들은 디지털TV 또는 디지털TV 전파를 아날로그로 바꿔주는 컨버터를 구입하지 않으면 TV방송을 수신할 수 없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디지털TV 수신환경을 갖추지 못한 인구가 빈곤층·농촌·소수 인종 계층에서 생각보다 많다는 지적에 따라 아날로그 TV방송 중단 연기론을 제기해왔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 리서치에 따르면 당초 예정대로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할 경우 미국 전역에서 650만 가구가 방송을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하원 상공위원회 산하 통신·기술·인터넷 소위원회 의장인 릭 부처 의원은 "전체 가구의 6% 가량이 TV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 디지털TV 전환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법안 지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과 가전사, 통신사 등 산업계는 비용증가와 소비자 혼란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특히 버라이즌, AT&T 등 통신업자들은 아날로그 방송중단으로 회수되는 700MHz 주파수를 160억 달러에 구입해 올해 말부터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한국은 2012년 말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디지털화가 완료돼 아날로그 방송이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