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연봉 50만 달러 제한선 준수, 사무실 집기 제한규정 마련 등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금융회사에 대한 제한조치가 나오면서 “월가에 봄날은 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 경영진의 연봉을 50만 달러(약 6억9000만 원)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연봉 제한은)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조치”라며 “사람들은 월가 임원들이 정부에 손을 벌리면서 무절제한 보너스를 받은 사실을 더는 참을 수 없게 됐다”며 월가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했다.
미 재무무는 이날 구제금융 대상 금융회사 경영진 연봉에 대한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우선 고위 임원의 연봉 총액은 50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연봉 명세를 공개하도록 했다. 50만 달러를 넘어서는 보상을 하려면 권리가 제한된 ‘제한주(일정한 시점, 성과 등의 조건이 충족되기 전에는 현금화할 수 없는 주식)’ 형태로 해야 한다.
황금낙하산(임원 등이 임기 전에 사임할 경우 거액의 보상금을 주도록 한 조항) 금지조항도 종전 상위 임원 5명에서 상위 임원 10명으로 확대했다.
무분별한 자가용 제트기 사용이나 호화 파티도 제한했다. 재무부는 공적자금 지원을 받은 회사의 이사회는 항공경비, 사무실 규모, 내부시설 보수, 향응, 콘퍼런스 및 이벤트 명목의 휴일파티 등에 대해 세부적인 내부 감독 규정을 만들도록 했다.
이에 대해 월가는 일단 자숙하는 모습이다.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회사 전용 제트기 7대 중 3대를 매각할 계획이다. 웰스파고는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호텔에서 하려던 직원행사를 취소했으며, AIG도 거금을 들여 캘리포니아 온천에서 호화 행사를 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월가 일각에선 연봉 제한에 대해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비니어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정부 지원에 규제가 따른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정부 지원금을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3일 “월가의 급여에 대해 일률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