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조 뒷전… 냉랭한 관계 재확인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냉랭한 관계가 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실무회담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포문은 바호주 위원장이 열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던 중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 “러시아 언론인과 인권운동가의 피살에 대한 유럽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달 발생한 인권변호사 스타니슬라프 마르켈로프와 노바야가제타의 기자 아나스타샤 바부로바 청부살해 사건 등 러시아의 인권 현실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에 발끈한 푸틴 총리는 정색하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한 이야기를 당사자인 대통령이 없는 곳에서 공개하는 저의를 모르겠다면서 유럽의 인권 문제로 맞불을 놓았다. 푸틴 총리는 “EU 회원국의 교도소 재소자와 이민자, 발트해 3국의 러시아계 소수민족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푸틴 총리의 발언을 듣던 바호주 위원장은 얼굴이 굳어졌지만 “유럽도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비판을 받아들이고 토론을 한다”며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러시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기자회견장에서 격돌한 두 사람은 회견이 끝날 때까지도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당초 이번 회담은 경제위기 공조 방안, 에너지 안보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자 마련했지만 양측의 냉랭한 관계만 재확인한 자리가 됐다. EU와 러시아는 2004년, 2005년 포괄적 이슈를 논의하는 실무회담을 한 바 있으나 최고위급 실무회담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