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는 이 같은 글로벌 도전에 대해 종래의 일방주의 노선을 폐기하고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택했다. 인준청문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국 혼자 힘으로는 가장 절박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고, 세계도 미국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미국의 외교 패러다임 변화는 새로운 세계질서 형성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우리는 국제정세의 긴박한 흐름과 주요국의 전략을 정확히 읽으면서 우리의 좌표와 위상을 점검하고 최적 대응을 해야 한다. 다자주의 시대 양자협력의 틀에서 한미 전략동맹의 발전도 중요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 등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한국을 성장모델로 꼽고 있는 개도국과의 협력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전통적 외교로 정부가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는 역부족이다. 각 분야에서 양자 간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퍼블릭 디플로머시(public diplomacy)가 받쳐주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인권만 관심
한미 군사동맹이 포괄적 협력관계로 진화되는 현 시점에서 한미 간 ‘21세기 전략적 동맹’은 글로벌 동맹 성격의 이슈에 직면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테러대응 지원,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 등이 그것이다. 동맹관계의 발전에서 정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의회이다. 그렇다면 입법과 예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의회에 한국은 어떤 존재일까.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 ‘한미관계의 미래에 대한 의회의 태도’(2007년)가 그 실상을 기술하고 있다. 17대 국회 후반 여의도 의사당에서는 보고서 작성자가 직접 참석하는 토론회도 열렸는데 그 이후 근본적 변화는 없는 듯하다.
이 보고서 내용은 이렇다. ‘미국 의회는 한미관계에 별로 관심이 없다. 관심을 둔 경우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한국의 정책, 반미감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도였고 주한미군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 등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한 당직자는 주한미군 아들을 둔 자기 친척이 왜 환영받지 못하는 나라에 미군이 머물러야 하는가 반문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미, 미일 동맹 비교에서는 일본에 대한 관심이 10배 이상이라는 답변까지 나왔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 군국주의 부활 여부에 미 의회의 관심이 기울면서 한국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결국 한국에 대한 미 의회의 태도는 무관심 내지 냉담 수준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만 관심을 갖는데 정작 일이 터지면 한국 편을 들어줄 세력이 없다는 진단이었다.
미 정부 차원에서는 동북아 전략상 한미관계의 재정립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려 있고 긍정적이다. 그러나 의회는 그렇지 않다. 한미 FTA를 둘러싼 미 행정부와 의회의 엇박자도 그 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 문제는 양국 정치집단의 상호이해와 의지가 이런 수준이라고 할 때 한미 간 실질적인 전략적 유대가 가능할 것인가이다. 17대 국회 국방위원으로서 워싱턴을 여러 번 방문하며 느꼈던 분위기는 이 보고서의 진단과 다르지 않았다.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회의를 위해 서울에 온 미국 의원들은 북핵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국이 왜 그리 덤덤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동맹전환기 인식 차이 좁혀야
동맹이란 국익을 달리하는 국가 간에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이해와 신뢰를 높여 상호이익을 극대화하는 관계이다. 그 과정에서 더러 삐걱거릴 수도 있다. 동맹의 전환기, 한미 의회 간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인식 차이와 간극은 좁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진솔하고도 상시적인 이해와 협력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문제의식도 별로 없고 그럴 경황도 없는 듯하다. 단언컨대 미 의회는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폭력으로 난장판이 되는 한국 국회를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한미 의회관계가 이런 수준에 머무는 한, 상대적 중요성이 한국보다 10배라는 일본 측에 유리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는가.
김명자 객원논설위원·그린코리아포럼21대표 mjkim71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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