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9일 적자로 전락한 2008회계연도 실적전망을 발표한 카를로스 곤(사진) 일본 닛산자동차 사장의 표정은 씁쓸해 보였다.
닛산은 이날 영업이익 전망치를 2700억 엔 흑자에서 1800억 엔 적자로, 순익전망치는 1600억 엔 흑자에서 2650억 엔 적자로 하향 조정했다.
닛산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14년 만의 일이다. 1999년 프랑스 르노가 자본을 투입하며 곤 사장이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곤 사장은 실적악화로 2010년 3월까지 전 세계에서 추가로 직원 2만 명(일본 국내는 1만2000명)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닛산직원은 현재 23만5000명에서 21만5000명으로 줄게 된다. 또 감산규모를 일본과 해외 합쳐 78만7000대로 늘리고 앞으로 5년간 내놓을 신차개발을 60차종에서 48차종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제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는 닛산, 도요타, 마쓰다, 미쓰비시, 후지 중공업 등 자동차 5개사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 확실해졌다. 일본 언론은 ‘자동차 업계 총붕괴’라는 제목을 뽑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감산 계획을 모두 합치면 410만 대를 넘어서게 된다. 업계 2위인 혼다의 2008년 연간 생산대수가 날아가는 셈.
적자와 감산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혼다가 실적예상치를 4차례, 도요타는 3차례 하향조정했다. 닛산이 9일 밝힌 감산대수도 과거의 ‘20만 대 이상’에서 거의 4배가 된 것. 지난해 11월 말 주요 12개사가 190만 대로 예상했던 감산규모도 2배 이상으로 부풀어 올랐다.
감원도 정규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메이커 12개사가 지금까지 내놓은 감원 인원을 모두 합치면 일본 국내만 3만6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닛산은 정규직 사원도 줄인다는 방침을 일본 자동차 회사 중 처음으로 발표했다. 국내 정규직 사원 4000명도 감원한다는 계획이다. 그 대신 희망퇴직보다는 신규 채용 억제 등으로 감원할 계획이다. 또 급여를 줄이는 대신 감원을 억제하는 일자리 나누기 방식도 검토할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에 부는 찬바람은 스포츠 후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닛산은 9일 경영합리화 조치의 일환으로 연식야구부, 탁구부, 육상부 등을 잠정 폐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혼다는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 철수를 선언했고 미쓰비시 자동차도 ‘다카르 랠리’에서 철수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