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돈 풀지 않는다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 겪을것”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8분


‘백악관 터줏대감’의 질문9일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회견 모습.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백악관을 출입해 온 ‘백악관 터줏대감’ 헬렌 토머스 기자(88·허스트신문)가 중동문제 등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 터줏대감’의 질문
9일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회견 모습.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백악관을 출입해 온 ‘백악관 터줏대감’ 헬렌 토머스 기자(88·허스트신문)가 중동문제 등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오바마 첫 프라임타임 기자회견

경기부양안 상원 표결 앞두고 강한 압박

美-러 先핵군축 제안… 북한은 언급 안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기존 일자리를 지키고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워싱턴 정가에 초당적인 협력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며 “의회는 주 내에 경기부양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오후 8시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첫 프라임타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시늉만 낸다면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경제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미국 상원은 경기부양법안의 토론 종결 여부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고 찬성 61표 대 반대 39표로 종결을 결의했다. 10일 오전 10시부터 82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 표결 절차에 돌입한다.

이와 별도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0일 구제금융자금 7000억 달러 중 2차분인 3500억 달러의 집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부실자산 매입에 들어갈 민간자본을 포함하면 구제금융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잃어버린 10년’ 올 것”=8분간 모두(冒頭) 발언을 포함해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침체→실업률 상승→소비감소→경기침체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민간부문이 약화돼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연방정부만이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며 미국 경제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서 1조 달러가 넘는 나랏빚을 넘겨받았지만 경제 회생을 위한 재정 집행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해 단기적인 나랏빚 증가를 감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화당의 반대를 의식한 듯 “국회가 일상적인 정치게임을 하는 것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며 “(국회도) 이념적 경직성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 “신용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추가 재원이 필요할지 아직 모른다”고 말해 추가적인 구제금융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이 핵 군축 솔선수범 나서나=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 같은 취약지구에서 핵무기 경쟁이 일어난다면 모두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핵 확산 방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 방법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상호 핵무기를 줄이는 데 솔선수범한 후 다른 국가에도 요구해야 한다”고 말해 핵보유국의 선(先)군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개월 안에 테이블에서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를 원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미-이란 간)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외교적 서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이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0일 “이란은 상호 존중의 기조가 유지된다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북한의 ‘ㅂ’자도 나오지 않았다=이날 회견에서는 북한이나 핵무기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칭하며 연두 국정연설이나 각종 기자회견에서 빠짐없이 북한 문제를 언급했던 것과는 달랐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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