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8380억 달러 경기부양안 통과
티머시 가이트너(사진) 미국 재무장관의 데뷔 무대가 흥행 참패로 끝났다.
가이트너 장관은 10일(현지 시간) 은행자본 확충, 민관 투자펀드 설립 등을 뼈대로 하는 금융안정대책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과 정치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못해 냉랭하기까지 했다. 발표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이트너는 (시장의 반응으로) 최고의 순간을 누릴 것”이라는 공언이 무색할 정도였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대 2조 달러를 투입해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매입할 민관 투자펀드를 설립하고 소비자 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대와 달리 시장은 매몰차게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81.99포인트(4.62%)나 떨어진 7,888.8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1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나스닥종합지수도 4.2% 내려간 1,524.73에 거래를 마쳤다. 미 상원에서도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런 반응은 장관이 금융안정대책에 들어갈 재원 조달 방법과 구체적인 시행 방법 등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 사안인 부실자산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외신들도 일제히 ‘미지근한’, ‘냉랭한’ 등의 용어로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날에는 전쟁 때나 가능한 수준으로 모든 힘을 동원해 금융위기를 막겠다고 하더니…”라며 “구체적인 것은 거의 없는 그의 정책에 국회의원들과 투자자들이 경악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참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재무부 발표 이후 미 상원이 838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이날 표결을 통해 찬성 61 대 반대 37로 경기부양법안을 가결했다.
상원의 경기부양법안 승인에 따라 앞으로 상하 양원은 협의를 거쳐 단일안을 만든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송할 예정이다. 상당수 하원 의원들은 주정부에 대한 지원 삭감 등 상원의 경기부양법안에 큰 불만을 갖고 있어 협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