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소신을 접을 순 없다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그레그 美상무 지명자 사퇴… “경기부양책 이견 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초 상무장관에 지명한 공화당 소속 저드 그레그 상원의원(뉴햄프셔 주·사진)이 12일 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레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부양책을 비롯한 현안에서 (오바마 팀과의) 이견을 해소할 수 없었다”고 장관직 지명수락 반납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나는 30년간 내 나름의 견해를 유지해 왔다. 내각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구현해 준다는 것인데 그 의미를 좀 더 집중해서 고려해야 했다”며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보수주의적 재정정책관을 지닌 그레그 의원은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지 못한 채 막대한 돈쓰기 잔치에 그칠 것’이라는 공화당 주류의 견해를 공유하고 있어 새 정부 경제팀의 일원이 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상무장관이 지휘하는 인구조사(센서스) 담당부서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백악관 방침과도 마찰을 빚었다.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조사는 결과에 따라 선거구 획정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다.

그레그 의원이 장관직 지명 반납을 발표하던 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에이브러햄 링컨 탄생 2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링컨의 통합정치를 구현하겠다고 역설하던 중이었다.

그는 취임 후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적극적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초당파적 협력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표결에서 경기부양책을 지지해준 공화당 의원은 상원은 3명에 불과하고 하원은 한 명도 없다.

백악관 관계자는 “그레그 의원 쪽에서 먼저 상무장관직에 관심과 열정을 갖고 다가왔는데…”라며 통합정치 의지의 산물인 공화당 출신 장관 내정자의 사퇴에 당혹감을 표출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은 전했다. 그레그 의원은 11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장관 지명 반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무장관직 새 후보로는 실리콘밸리의 시만텍 최고경영자(CEO)인 존 톰슨 씨 등이 물망에 오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또다시 공화당 의원 가운데 후보를 물색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레그 의원의 잔여임기를 채울 후임에는 공화당 소속 여성정치인 보니 뉴만 씨가 내정돼 있었다. 공화당 지도부와 민주당 소속 뉴햄프셔 주지사가 합의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그레그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됨에 따라 뉴만 씨의 상원의원 꿈은 물거품이 됐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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