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게 나포됐다가 12일 풀려난 우크라이나 무기 수송선 파이나 호가 넉 달 억류를 마치고 얻은 교훈이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선은 지난해 9월 탱크 33대와 로켓발사기 등을 실은 파이나 호가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를 벗어나자마자 행선지를 알아낼 정도로 정보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파이나 호가 소말리아 해역에 진입하자마자 해적들이 배에 올라와 선원 20명을 인질로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
해적들은 또 무기 수송선 나포에 따른 인질 석방 협상은 좀처럼 선례를 찾아 볼 수 없어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허둥지둥하는 사이 인질 석방 대가로 2000만 달러를 요구했다.
국제사회가 ‘해적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워 무력 진압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해적들은 선원을 사살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몸값을 800만 달러로 낮추는 유연성을 보이며 상대를 교란시켰다.
그들의 의도는 그대로 통했다. 러시아는 특수전 부대를 투입하는 등 무력 진압에 찬성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무력 진압 작전에 반대하며 몸값 인하에 주력했다.
파이나 호 선주가 현금 800만 달러를 싸들고 해적과의 면담에 나서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무기의 아프리카 수출을 반대해온 러시아가 협상의 발목을 잡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해적들은 이 같은 외부 정보도 실시간으로 파악해 협상을 주도했다. 상대방 협상 창구가 혼선을 빚는 틈을 타 해적들은 몸값을 400만 달러로 추가로 낮추며 시간벌기 작전을 벌였다. 그사이 돈을 받는 방법과 안전한 퇴로에 대한 협상도 해적의 계획대로 진행됐다.
무사 귀환을 보장받은 해적들은 마지막까지 돈을 챙겼다. 신문은 “선주가 인질 석방 대가로 320만 달러를 해적에게 건네줬다고 공식적으로 말했지만 사실은 해적들이 협상 타결 대가로 80만 달러를 더 받았다”고 보도했다.
해적들의 도주 작전도 치밀했다. 선원들은 “해적들은 배가 미국 해군 함정의 호위를 받으며 케냐 몸바사 항구에 도착하는 동안 한두 명씩 도망갔지만 한 명은 항구 도착 직전까지 남아 총부리를 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