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는 수상 직후 기념연설에서 "이 상의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자에서의 전쟁 때문에 여기에 오는 것에 대해 경고를 받았다"며 "이스라엘에 오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이것이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닐지 의문스러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고민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오기로 결정했다"면서 그 이유로 "소설가는 자신의 눈과 손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믿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 직접 와서 확인하고 (이스라엘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강하고 높은 벽과, 그것을 깨뜨리고자 하는 계란이 있다면 그 벽이 아무리 정당하고 그 계란이 틀렸다 하더라도 나는 계란의 편에 설 것이다"고 선언했다.
"우리 모두는 일종의 소중한 계란이다. 개개인 한사람은 깨지기 쉬운 계란에 담겨 있는데, 우리 모두가 높은 벽에 가로 막혀 있는 셈이다. 그 벽이 높아 승리가 절망적으로 보일 때도 있으나 우리는 시스템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바로 시스템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는 1300여 명의 가자지구 희생자 중 많은 수가 어린이와 노인이었다는 말까지 해 이스라엘 시민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예루살렘 북 페어(Book fair)' 중 열린 시상식장에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니르 바르카트 예루살렘 시장 등 이스라엘의 주요 정관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컸다는 후문이다.
격년제로 시행되는 '예루살렘 상'은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 정치를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에게 수여됐다.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 영국 철학자 버틀랜드 러셀 등이 이 상의 주요 수상자다.
그러나 이 상의 수상이 결정된 1월24일 당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본 안팎의 팔레스타인 후원 단체들이 무라카미에게 이스라엘이 수여하는 '예루살렘 상'을 거부해달라고 촉구해왔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