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키미 하루키,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 비판 연설 논란

  • 입력 2009년 2월 16일 18시 06분


예루살렘 문학상을 수상하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무라카미 하루키.동아일보 자료사진
예루살렘 문학상을 수상하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무라카미 하루키.동아일보 자료사진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등 한국에서도 적잖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의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0·村上春樹)가 15일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 상'을 받은 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비판하는 연설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무라카미는 수상 직후 기념연설에서 "이 상의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자에서의 전쟁 때문에 여기에 오는 것에 대해 경고를 받았다"며 "이스라엘에 오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이것이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닐지 의문스러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고민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오기로 결정했다"면서 그 이유로 "소설가는 자신의 눈과 손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믿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 직접 와서 확인하고 (이스라엘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강하고 높은 벽과, 그것을 깨뜨리고자 하는 계란이 있다면 그 벽이 아무리 정당하고 그 계란이 틀렸다 하더라도 나는 계란의 편에 설 것이다"고 선언했다.

"우리 모두는 일종의 소중한 계란이다. 개개인 한사람은 깨지기 쉬운 계란에 담겨 있는데, 우리 모두가 높은 벽에 가로 막혀 있는 셈이다. 그 벽이 높아 승리가 절망적으로 보일 때도 있으나 우리는 시스템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바로 시스템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는 1300여 명의 가자지구 희생자 중 많은 수가 어린이와 노인이었다는 말까지 해 이스라엘 시민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예루살렘 북 페어(Book fair)' 중 열린 시상식장에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니르 바르카트 예루살렘 시장 등 이스라엘의 주요 정관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컸다는 후문이다.

격년제로 시행되는 '예루살렘 상'은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 정치를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에게 수여됐다.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 영국 철학자 버틀랜드 러셀 등이 이 상의 주요 수상자다.

그러나 이 상의 수상이 결정된 1월24일 당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본 안팎의 팔레스타인 후원 단체들이 무라카미에게 이스라엘이 수여하는 '예루살렘 상'을 거부해달라고 촉구해왔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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