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도 못 막은 경제위기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주정부 긴급 조치

건설공사-稅환급 중단

6개월간 2만여명 해고

돈없어 교도소 못지어

법원 “차라리 풀어줘라”

《인구 3600만 명, 경제규모는 세계 7위인 이탈리아에 육박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 태평양을 낀 아름다운 해변, 근육질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사진)로도 유명한 캘리포니아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

NYT “캘리포니아주 현금 바닥… 파산 초읽기”

1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는 410여억 달러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로 현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이달 말이면 추가 재정지출이 불가능할 정도다.

주 정부는 이미 수백 명의 공무원을 무급 휴가 보내고 산하 카운티(한국의 군에 해당)에 재정보조를 중단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 정부는 수천 건에 이르는 공사를 중단했고 사상 처음으로 소득세 환급도 중지했다. 또 공무원 2만 명에게 해고 통지를 보낸 뒤 반년에 걸쳐 실행할 계획이다.

최근 미 연방법원은 캘리포니아 주에 대해 범죄자들이 ‘만원 교도소’에 수감돼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앞으로 3년 안에 수감자의 3분의 1을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주 정부가 재정난 때문에 교도소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범죄자를 석방해야 하는 처지까지 몰린 것이다.

재정난의 원인은 다양하다. 부동산시장 붕괴로 세수는 급감한 상황에서 9.3%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실업률 때문에 돈 쓸 곳은 급증했다. 주 정부 발행 채권은 최저 신용등급을 기록하고 있어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캘리포니아 주의 ‘특별한 사정’이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위기 극복의 교두보가 될 예산안의 의회 통과가 지체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법은 예산안 가결을 위해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하는 등 다른 주보다 훨씬 엄격한 조건을 달고 있다.

지난 주말 양당 지도부는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합의를 통해 세금 인상을 뼈대로 하는 예산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공화당 일부 의원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주 상원 의장이 “주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고 호소했으나 결국 1표 차로 통과되지 못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공화당 의원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위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편 캔자스 주도 지난주 재정적자에 따른 현금 부족으로 소득세 환급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공무원 봉급도 제때 주지 못할 처지에 빠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캔자스 주는 민주당 소속 캐슬린 시벨리우스 주지사가 별도의 주 운용기금에서 빌려 공무원 봉급을 지급하겠다고 의회에 요청했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주 의회는 이를 거부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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