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린으로 악명이 높았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가 ‘바그다드 중앙 교도소’로 간판을 바꿔 달고 다시 문을 열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22일 보도했다.
2006년에 폐쇄된 아부그라이브 교도소가 최근 문을 열게 된 것은 늘어나는 재소자들로 이라크 교정시설들이 적정 수용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 미국은 수치스러운 아부그라이브 교도소를 완전히 부수고 다시 지을 것을 제안했으나 관할권을 넘겨받은 이라크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바그다드 교외에 위치한 이 교도소에는 현재 400명이 수감돼 있으며 단계적으로 재소자를 최대 1만5000명까지 늘려 나갈 계획이다.
21일 언론에 공개된 이 교도소는 이름뿐만 아니라 시설과 운영방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국제 기준에 맞춰 개조된 교도소 내부는 화사한 빛깔의 페인트로 칠해졌으며 반짝이는 장식물과 꽃병들이 벽과 복도 곳곳에 설치됐다. 대형 TV는 물론 체육관, 컴퓨터실, 이발소, 병원, 휴게실 등 각종 편의시설도 새로 마련됐다.
‘재소자를 존경하는 것이 교도소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라는 표어가 내걸린 것도 큰 변화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BBC방송은 인권유린을 방지하기 위해 이라크 법무부가 적십자사와 다른 인권단체들의 불시 점검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정적들에 대한 고문 장소였던 이곳은 2004년에 미군들이 이라크인 포로들을 고문하고 학대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순식간에 ‘미국의 수치’를 상징하는 시설로 떠올랐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