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1836년 영국으로 돌아온 찰스 다윈은 1839년 에마 웨지우드와 결혼한 후 런던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그러나 대도시 생활은 연구에 적합하지 않았다. 소음이 심했고, 사람들의 잦은 방문도 연구에 지장을 줬다. 그는 1842년 9월 켄트 주의 마을인 ‘다운(Down)’에 3층짜리 집을 얻어 이사했다. 런던 중심에서 동남쪽으로 24km밖에 안 떨어진 곳이지만 다윈이 ‘세계의 가장 끝에 있다’고 말할 정도로 조용한 시골이었다.
‘다운하우스’라는 고유 이름이 붙은 이 집은 다윈의 일생에서 단순한 주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방에서 벌레를 키우며 소리와 진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고 창을 통해 보이는 식물들이 빛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했다. 정원에선 완두콩, 구스베리 등을 키우며 진화의 흔적을 짚었고, 정원 한쪽에 마련한 온실에선 전 세계로부터 들여온 식물을 연구했다.
집 주변의 숲과 언덕도 그의 연구실이었다. 그는 ‘모래 산책로(Sand Walk)’로 알려진 산책로를 매일 규칙적으로 걸으면서 벌을 이용한 식물들의 가루받이, 계절에 따른 야생난의 변화 등을 관찰했다.
한마디로 다운하우스와 그 주변 일대는 진화론을 구체화시키는 ‘실험실’이었다. 그는 1882년 숨질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에서 보내면서 세계 각지의 동료들과 편지를 주고받았고 ‘종의 기원’을 썼다.
이 집을 관리하는 영국 헤리티지재단은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다윈이 사용했던 가구를 원 위치에 놓고, 다윈이 쓴 ‘종의 기원’ 원고를 전시하는 등 다운하우스를 최대한 원상태로 복원해 최근 재공개했다. 5월 10일까지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특별 전시회 ‘다윈전’에도 다윈의 방이 재현돼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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