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4일 연설의 키워드는 ‘경제회복’과 ‘위대한 미국 재건을 향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52분간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라는 단어를 30번, ‘회복’이란 단어를 14번이나 사용했다. ‘도전’과 ‘확신’이라는 단어도 7번씩 되풀이했다. 조지 W 부시 전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던 ‘테러’라는 단어는 세 차례만 사용했고 북한은 등장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이 처한 경제위기의 심각성과 엄중함을 재차 강조했지만 “문제 해결의 방법은 정면 돌파이며 그 방법은 우리 내부에 있다”고 밝혔다.
또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전례를 들며 “미국은 위기 속에서 희망을, 시련 속에서 기회를 찾아왔다”고도 했다.
취임 직후 787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법의 조속한 의회 통과를 독려하며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신속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던 것과는 달라진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책 시행과 관련해 △에너지 △교육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것임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21세기는 청정, 재생 에너지를 동력화하는 국가가 선도할 것”이라며 “태양열 기술을 발명한 것은 미국이지만 지금은 독일과 일본에 뒤처져 있고 생산라인에서 양산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한국산 배터리로 달린다”고 질타했다.
재정적자 감축도 약속했다. 그 방법론으로 불필요한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 이라크 철군을 통한 전비(戰費) 감축, 사용하지 않는 냉전시대 무기체계 폐기, 해외로 일자리를 유출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철폐 등을 들었다.
또 미국민의 95%를 차지하는 연소득 25만 달러 이하의 근로소득자에 대해서는 “단돈 10센트의 세금 인상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 직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날 연설을 시청한 응답자의 92%(매우 긍정적 68%, 어느 정도 긍정적 24%)가 연설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갤럽의 국정지지도 결과는 59%로 나와 대통령 취임 후 처음 60%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의 지지도는 69%(1월 20일)→66%(2월 1일)→62%(15일)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의사당에는 상하 양원 의원뿐 아니라 각 부처 장관과 백악관 참모진, 연방 대법관, 군 수뇌부가 모두 나와 연설을 경청했다.
특히 췌장암 수술 이후 업무에 복귀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등장해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위해 연단으로 향하던 중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포옹한 채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인도계 출신 첫 주지사로 2012년 대선에 나설 공화당의 기대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대통령 의회 연설 직후 행한 반박 형식의 TV 연설에서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법은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정부를 키우고 세금을 올려 자라나는 세대에게 빚을 떠맡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