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월街, 6개월 뒤…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26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지난해 9월15일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본격화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지 거의 6개월이 다 돼갑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이었던 미국 월가, 즉 월스트리트는 아직도 불안합니다.
(김현수 앵커) 월가는 여전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와 경영 악화, 감원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정부가 은행을 소유하는 국유화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는데요. 뉴욕의 신치영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신 특파원, (네 뉴욕입니다) 요즘 월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신치영) 강력한 군사력과 함께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떠받치는 두 축의 하나였던 미국 월가는 금융위기 이후 과거의 위용을 잃은 채 쑥대밭이 된 모습입니다.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월가에 위치한 금융회사들의 감원 소식이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탐욕에 눈이 먼 월가 금융회사들이 위험한 경영방식으로 돈을 벌어 고액 연봉 잔치를 벌이다가 파산 위기에 처해 국민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꿈의 직장'을 다닌다는 부러움을 샀던 금융회사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중간 간부는 "금융위기 전에는 누군가 '어느 직장에 다니느냐'고 물어오면 자랑스럽게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다닌다고 말했지만 요즘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특히 샐러리맨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었던 월가 최고경영자들이 동네북이 된 듯합니다. 경영진이 받은 보수를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면서요.
(신) 그동안 월가의 CEO들은 연봉과 보너스, 스톡옵션 등으로 매년 수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보수를 받아왔습니다. 이처럼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보수를 받고 호화로운 삶을 즐기면서도 제대로 경영을 하지 못해 월가는 물론 미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로 투자자와 직원,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월가 경영진이 과거에 챙겼던 거액의 보수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씨티그룹 AIG 등 금융위기로 몰락했거나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7개 주요 금융회사의 경영진이 2005년 이후에만 4억6000만 달러의 성과급을 챙겼다고 하는데요. 이들 회사들이 2007년 이후 낸 손실이 17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처럼 큰 손실을 낸 회사의 경영진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김 앵커) 월가의 모럴 해저드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많다고 합니다. 월가에 대한 세계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월가가 자초했다는 시각도 많은데요.
(신) 그렇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월가의 도덕성에 금이 가는 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이 500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 행각을 벌였다가 적발됐고 텍사스주 출신 억만장자인 앨런 스탠퍼드가 고수익을 미끼로 80억 달러의 양도성예금증서를 판매하는 등 금융사기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흡수합병된 메릴린치는 합병되기 전날 4명의 경영진이 1억21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챙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는 크리스틴 데이비스 씨는 월가 금융인들이 법인카드로 성매매 비용을 지불했다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최근 월가를 둘러싼 가장 뜨거운 뉴스는 미국 정부가 월가 금융회사들을 국유화 하는 문제인 것 같은데요.
(신)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씨티그룹이 국유화 대상 1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씨티그룹에 45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받았는데 이를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씨티그룹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씨티그룹의 보통주 지분을 25~40%까지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의 사실상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도 부분적인 국유화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9월 파산 위기에 처한 AIG에 3차례에 걸쳐 400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 인수를 포함해 총 1500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미국 정부는 현재 AIG의 지분 79.9%를 우선주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일부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AIG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국유화 카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씨티그룹 등의 국유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