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 얻기도 바늘구멍… 취업현실 너무 잔혹”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9분



13억 울린 ‘中 여대생 자살’

‘임시직 하나 얻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졸업한 뒤 직장 잡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몸으로 때우는 일도 괜찮다고 생각해 눈높이를 낮췄는데….’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 졸업을 앞둔 여대생이 취업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가 자살하기 전 2년간 쓴 10만 자 분량의 일기엔 그동안 겪은 심적 고통과 현 중국의 취업난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25일 중국 허베이(河北) 성 발행 ‘옌자오(燕趙) 도시보’에 따르면 일기의 주인공은 스자좡(石家莊)대 3학년생인 류웨이(劉偉) 씨.
3년제 전문대생이었던 그는 2학년 말부터 일찍이 구직전선에 나섰다. 중국은 일반대학생은 4학년 초부터, 전문대생은 3학년 초부터 직장을 구하러 다닌다. 하지만, 일자리는 없었다. 지난해 6월 7일 첫 취업설명회에 참가했다가 거대한 취업의 벽을 실감하고 적은 일기는 다음과 같다.
‘모두 영업직이었지만 창구마다 인산인해였다. (회사들이 내놓는) 조건이 낮아 (나의) 기대와 차이가 컸지만 몇 곳에 응시했다. 현실은 (생각과 달리) 너무 잔혹하기만 하다.’
그는 3학년 1학기 내내 직장을 구하러 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부모님 뵐 낯이 없었던 것. 올해 춘제(春節·중국 설날) 때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을 정도였다.
류 씨가 사는 허베이 성 웨이(威) 현 허베이자이(河北寨) 촌의 가정은 대부분 연간 1만5000위안(약 332만 원) 안팎인 대학 학비를 감당할 형편이 못된다. 친구들은 고교를 마치고 대부분 직업전선에 나섰지만 그는 좀 더 나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대학 진학을 강행했다.
‘집안형편이 어려운데 대학에 오다니…. 나를 위해 부모님은 안 먹고 안 쓰고 변변한 옷 한 벌조차 없다.’
‘아, 정말 피곤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하루하루를 지낸다. 이렇게 계속되면 어떤 나쁜 결말이 올지 모르겠다.’
그는 마지막 일기에서 더는 붙들기 힘든 삶의 힘겨움을 토로했다.
류 씨의 자살에 중국의 누리꾼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의 45.8%는 사회가 그를 죽였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에는 그에 대한 추모 홈페이지도 생겼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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