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30년 저세율 정책 접었다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9분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켄트 콘래드 상원 예산위원장(오른쪽)이 부유층 세금인상, 재정적자 축소 등을 골자로 한 2010회계연도 연방 예산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블룸버그 연합뉴스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켄트 콘래드 상원 예산위원장(오른쪽)이 부유층 세금인상, 재정적자 축소 등을 골자로 한 2010회계연도 연방 예산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블룸버그 연합뉴스
“30년간 미국을 지배해온 레이건식 경제정책에 종언(終焉)을 고하려는 시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의회에 제출한 2010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한 27일자 뉴욕타임스의 논평이다. 총 3조5500억 달러를 요구한 예산안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부유층 증세, 건강보험 확대 등 대선 때 공약을 비교적 충실히 담았다.

하지만 재정적자 1조7500억 달러를 무릅쓴 ‘큰 정부’로의 회귀, 그리고 경제침체기의 증세에 공화당과 보수층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세제 개편=오바마 정부는 2011년부터 연간 25만∼37만 달러 소득자의 소득세율을 현행 33%에서 36%로 올릴 계획이다. 연간 37만 달러 이상 소득자는 현행 35%에서 39.6%로 올라간다. 어린 자녀가 있는 연소득 50만 달러 부부의 경우 연간 1만1300달러 세 부담이 늘 것으로 추산된다.

자본이득과 배당에 적용되는 세율도 현행 15%에서 20%로 상향된다. 파트너십으로 일하는 사모(私募)펀드와 투자회사 매니저가 수수료로 받는 배당에 대한 세금 혜택도 없어진다.

다국적기업의 해외 수익에 대한 세금을 2014년까지 연평균 250억 달러 늘리고, 석유회사에 대한 세제 혜택도 줄여 향후 10년간 총 315억 달러를 더 걷을 계획이다. 2010년에 시한이 만료되는 감세 제도는 중산층 이하는 연장하되 25만 달러 이상 소득층에 대해선 연장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 향후 10년간 총 1조 달러를 더 걷는다는 구상이다.

▽건강보험 확대=무보험자 4500만 명에게 보험 혜택을 확대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필요한 재원은 6340억 달러. 반은 증세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메디케어(공공의료보험)에 경쟁입찰을 도입하는 등 시스템 효율화를 통해 마련한다. 예를 들어 값이 비싼 바이오 의약품 대신 저렴한 복제 의약품(제네릭) 사용을 늘리면 10년간 총 92억 달러의 건강보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복제약 처방 확대가 실행되면 한국 제약회사들에도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바이오 의약품 특허를 보유한 거대 제약사들이 특허 보호기간 단축 등을 막기 위해 강력한 로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로빈 후드 식 개혁”에 대한 반발=25만 달러 이상 소득자의 절반가량은 중소기업인들이어서 이들에 대한 증세는 ‘도박’이며 결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경기침체기의 증세는 재앙이다. 대공황 시절 허버트 후버 정부가 하려다 실패한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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