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지율 하락으로 곤경에 처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전·현직 총리 간 대립 양상을 만들어 관심을 모았다.
갈등의 발단은 우정민영화 문제였지만 세간의 관심은 아소 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정액급부금 관련 법안이 고이즈미 전 총리의 영향력으로 좌절될지에 모였다.
결과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판정패로 끝날 게 확실해 보인다.
그는 급부금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국회 표결에 불참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여겨졌던 ‘고이즈미 직계’조차 동조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참의원에서 관련 법안이 부결될 게 뻔해 중의원에서는 3분의 2의 찬성으로 재가결해야 한다. 현재 의석 구도로는 자민당 중의원 의원 304명 가운데 16명만 동조해도 법안 통과가 좌절돼 아소 총리가 자리를 내놔야 할 상황이지만 당내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5년 5개월간 ‘대통령 같은 총리’로 군림했던 그였지만 이젠 ‘과거의 남자’로 빛이 바랜 것이다.
그가 급부금 문제를 건드린 것 자체가 악수였다는 평가도 많다. 자민당 의원들은 가뜩이나 차기 총선에서 공멸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마당에 급부금마저 무산되면 끝장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이미 지역구에서 급부금의 정당성을 홍보해온 터였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당내의 ‘반(反)아소’ 정서에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해서라도 고이즈미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고이즈미 시대의 유산인 격차 사회와 지방 피폐에 대한 최근의 부정적 여론도 한몫했다.
당내에선 “당 방침을 거스르는 그를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불같은 그의 성격상 탈당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다.